국민 절반 이상 “노동개혁 5대 법안, 2015년내 국회 통과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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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입법전쟁]16일 환노위 법안 상정… 본보 여론조사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왼쪽부터)이 9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 대타협 조인식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본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국회가 노사정 대타협을 존중해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노동 개혁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답했다. 동아일보DB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왼쪽부터)이 9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 대타협 조인식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본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국회가 노사정 대타협을 존중해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노동 개혁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답했다. 동아일보DB
국민 10명 중 5명은 이번 정기국회(올해) 안에 노동개혁 5대 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대 법안 가운데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2년→4년)과 파견 확대에 대해서도 찬성이 반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15일 모바일 여론조사 업체인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60세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고용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 다수가 노동개혁 조기 입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 정부 여당과 야당, 노동계가 노동개혁을 둘러싼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 국민 절반 “올해 안에 입법 완료해야”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8%는 국회가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존중해 올해 안에 노동개혁 입법을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대타협을 존중한다는 의견도 35.2%였다. 그러나 응답자의 절반 이상(50.3%)은 대타협의 방향과 합의 내용에 대해 ‘보통’이라고 답했다. 적극적으로 찬반 의견을 밝히지 않고 사실상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 두 설문의 응답을 종합하면 대타협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좀 더 책임을 지고 노동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입법 가운데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안(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주조·용접 등 6대 뿌리산업에 파견 허용)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이 각각 39.8%, 34.2%로 반대 의견(21.9%, 21.5%)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 확대안이 일자리 기회를 늘리고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35.6%)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21.7%)보다 많았다. 물론 세 질문 모두 유보적인 태도(보통)가 절반에 육박하고 있어 향후 국회는 물론이고 학계, 시민사회에서 치열한 여론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고용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응답자의 38.2%가 “고용기간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안에 반대하는 응답자 중에서도 고용기간을 제한하지 말자는 의견이 가장 많다는 것은 어쨌든 지금보다는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15∼30일 전국 근로자 및 구직자 274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낮고 △자발적 비정규직 △주부·경력 단절 여성 △현재의 근로조건에 만족하는 근로자일수록 기간 연장에 적극 찬성했다는 내용을 내놨다. 고령자와 고소득자에 대한 파견 허용 역시 찬성이 많았지만 뿌리산업 파견은 찬반이 팽팽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입장은 정반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고용 불안이 심하고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낮다 보니 가급적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뜻일 뿐 비정규직으로 더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누가 비정규직으로 더 일하겠다고 답하겠느냐”고 반박했다.

○ “쪼개기는 3회 미만으로 줄여야”

정부와 여당은 현재 68시간인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0시간(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행 시기도 중소기업의 피해를 고려해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절반 정도(47.6%)가 정부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정부안에 반대하는 응답자 중에서도 11.8%는 대기업만 단축하고 중소기업, 영세사업장은 그대로 둬야 한다고 답했고, 특히 16.4%는 모든 사업장이 현행 68시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급속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영세 기업의 피해와 근로자의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에 대해서는 정부안(3회 제한)보다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47.2%)이 가장 많았다. 쪼개기 계약이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것을 뜻한다. 쪼개기 계약에 따른 피해가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좀 더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가장 논란이 적은 실업급여 확대안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4.6%)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현재 쪼개기 제한과 실업급여 확대안은 여야 간 의견차가 크지 않다.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역시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여야가 의견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5대 법안의 일괄 통과를 주장하고 있어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이나 파견 확대 같은 쟁점이 합의되지 않으면 이 법안들 역시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여당은 모든 법안을 전부 통과시킨다는 고집을 버리고, 야당도 여당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비정규직 연장’ 실태 조사도 못한 노사정위 ▼

방법 등 이견… ‘대안 마련’ 무색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발의한 노동개혁 5대 법안이 16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노동개혁을 둘러싼 국회의 ‘입법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관련 실태 조사를 맡았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소속 조사단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국회 논의도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정위는 지난달 26일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소속의 비정규직 실태조사단을 구성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자는 정부안에 대해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상대로 실태 조사를 벌인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였다. 노사정은 9·15 대타협에서 이렇게 하기로 합의도 했다. 당초 노사정위가 계획한 일정대로라면 최종 조사 결과가 16일 열리는 특위 전체회의에 보고되고, 공익 전문가 의견까지 접수해 최종 대안을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단은 여태껏 조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노사정 간 조사 대상과 조사 방법, 질문 내용 등이 합의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송위섭 특위 위원장은 “국회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16일에는 논의를 종결해야 한다”며 “특위의 최종안을 16일 오후까지 만들어 국회에 송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실태 조사 없이 전문가 의견과 특위 논의만으로 대안을 만들어 국회에 내겠다는 것이다. 특위의 이런 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정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은 “아직 실태 조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며 “특위가 노동계를 무시하고 최종안을 의결한다면 향후 협상에 전면 불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노사정위의 실태 조사가 파행을 겪으면서 5대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 역시 더 낮아졌다. 야당이 9·15 대타협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여당 단독처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법안이 상정되더라도 여야 간 합리적 토론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진짜 원하는 게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쟁(政爭)’만 오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노동개혁 5대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올해 안에 모든 법안을 처리하기가 어렵다면 쪼개기 제한, 실업급여 확대 등 야당의 반대가 덜한 법안부터 먼저 처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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