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안심 못해… 테러방지법은 14년째 국회서 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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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파리 동시다발 테러]커지는 위협에도 속수무책

파리 테러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러 위험에 대한 경고등은 이미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더는 ‘테러 청정국’이 아니라는 근거들을 제시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내에 있는 사제 폭탄 원료인 질산암모늄을 해외로 몰래 빼내가려고 했던 외국인 ‘이슬람국가(IS)’ 동조자 5명을 적발했다”고 보고했다. IS에 가담하기 위해 출국하려던 내국인 2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시민 42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운영 서버가 최소 5개월간 북한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 조직에 장악됐었다”고 주장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PC에는 종합관제소 및 전력 공급 부서 PC도 포함돼 있어 테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테러 위협에 대한 대책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국경을 초월해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테러 세력 관련 정보의 수집을 강화하고 관계 부처 간 긴밀한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지만 실질적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우리나라에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다중 이용 시설에서 벌어지는 테러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서울광장, 시청역 등에서 테러가 벌어지면 파리 테러 이상의 사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용의자 감청, 추적 등을 통한 실질적인 테러 예방을 위한 입법도 더디다. 2001년 처음 테러방지법이 발의됐지만 16대, 17대 국회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17대 때는 열린우리당)의 미온적인 태도 탓에 법제화에 실패했다. 현재의 집권 세력이 여당이 된 18대 국회에서도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고 현 국회에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등이 올해 2월 대표 발의한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등 테러와 관련한 법안이 7건 올라와 있지만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국정원이 테러 방지 활동의 컨트롤타워가 되면 조직이 너무 커지고 인권 탄압이 이뤄질 수 있다며 문제 삼고 있다. 한마디로 ‘국정원 강화법’은 안 된다는 것.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 의장은 15일 “‘사이버 국가보안법’이 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로선 국정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법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제정한 테러방지법을 우리만 손놓고 있을 수 없다”며 법안 심사를 촉구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33년 전에 제정된 국가 대테러 활동 지침으로는 IS 연계자 등 테러 위험인물이 국내에 들어와 활동해도 사전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테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선 테러방지법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부랴부랴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는 15일 주요 공항의 보안 검색과 입국 심사 절차를 강화하고 외국인 밀집 지역 및 불법 체류자의 동향을 엄격히 감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20일까지 교통, 수자원 시설 등 국가 핵심 기반시설의 보안 상황을 자체 점검할 예정이다.

국회는 17일 국방위원회를 여는 데 이어 27일 정보위원회를 열어 국내외 테러 대비책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홍정수 hong@donga.com·조건희·윤완준 기자
#is#파리#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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