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 조종하는 IS “다음 표적은 로마 런던 워싱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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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파리 동시다발 테러]테러방식 진화… 무대 넓히는 IS

“이번 파리 공격은 첫 번째 폭풍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은 로마, 런던, 그리고 워싱턴이다.”

파리를 강타한 이번 동시다발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14일 온라인에 공개한 성명에서 이렇게 다음 목표를 적시했다.

IS는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 온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계정에 아랍어 등 여러 나라 언어로 “폭탄 벨트를 매고 기관총을 든 형제가 매춘과 음란의 수도 파리의 목표물을 신중하게 선택해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여객기 참사는 물론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경계경비를 강화했을 파리가 다시 무방비로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서방 국가들은 IS의 위협이 더는 빈말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하고 주요 도시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 정보당국도 속수무책?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외교장관은 프랑스를 겨냥한 테러와 관련된 정보를 이번 파리 도심 테러 이전에 입수해 프랑스 정부에 통보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밝혔다. 15일 이라크 국영 이라키야에 따르면 알자파리 장관은 14일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게 “이라크 정보 당국이 유럽 국가들, 특히 프랑스가 곧 표적이 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 초 이란, 시리아, 러시아와 함께 IS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공동기구를 설립했었다.

그는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과 이란에 대한 공격 정보도 수집했다”며 “이들 정부에 이 같은 정보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정보’가 이번 파리 테러와 연관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IS의 다음 테러 목표가 미국과 이란일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자파리 장관 발언 외에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정보당국이 이번 파리 테러에 대해 사전 인지를 했는지 하지 못했는지를 전하는 외신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1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있었음에도 다시 파리가 IS에 뚫린 것에 IS가 다시 허를 찔렀다는 분석이 높다. 특히 이번 테러는 현지의 ‘외로운 늑대’형 극단주의자들과 중동에서 파견한 IS 조직원이 합세해 벌인 것으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이다. 그동안 프랑스 정보당국이 내부 위협(외로운 늑대)과 외부 위협(IS 또는 알카에다)을 각각 경계해 왔는데 이 둘이 서로 협력해 테러를 벌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미국 안보 분야 컨설팅회사인 수판그룹의 패트릭 스키너는 14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파리 테러는 일반적인 ‘외로운 늑대’형 테러와 많이 다르다”며 “사전에 잘 계획된 테러”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당국의 능력이 뛰어난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했다는 것은 IS가 ‘어딘가에 있는 구멍’을 포착해 테러를 감행하는 조직력과 정보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국내 자생적 테러리스트와 IS의 연계를 찾아내는 것은 덤불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고백했다.

프랑스 정보당국은 지난 몇 달 동안 6건의 테러 음모를 적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 테러는 낌새를 못 챘던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프랑스 정보기관인 해외안전총국(DGSE)의 전직 관계자는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테러 공격에 대비하고 있지만 모든 음모를 적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싱크탱크 전략연구재단의 카멜 그랑 국장은 “이번 테러는 프랑스 대테러 노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프랑스는 좋은 분석관들과 집중된 정보력을 갖추고 있으나 이들 사이에는 항상 틈이 존재한다”며 “이는 모든 감시와 첩보활동에도 불구하고 IS가 제멋대로 테러를 꾸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 중동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종횡무진

IS는 지난해 6월 29일 국가를 선포한 지 불과 1년 반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전 세계를 넘나들며 주요 국가의 심장부를 타격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가 주요 무대였지만 지난 보름 동안 아프리카, 아시아(중동), 유럽 등 3개 대륙을 넘나들며 대규모 테러를 자행한 것이다.

지난달 31일엔 러시아 여객기에 미리 시한폭탄을 장착해 아프리카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추락시켜 승객과 승무원 224명 전원을 숨지게 했다. 서방은 처음엔 반신반의했으나 IS 대원 간 교신 내용 등 각종 정보가 거의 모두 IS 테러 가능성으로 나오고 있어서 거의 IS 소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파리 테러 전날인 1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도 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자살폭탄 테러 2건이 연속으로 일어나 43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 터키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14일에도 경찰이 은신처를 습격하자 자폭해 경찰관 5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IS 이전 가장 위험한 테러 조직으로 꼽혔던 알카에다도 2001년 9·11테러나 1993년 케냐와 탄자니아 미국대사관 동시 테러를 일으키긴 했지만 대륙 간 경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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