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전문 투수’ 장원준, 8강전 선발 낙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5시 45분


두산 장원준.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장원준.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구위 가장 좋아 벼랑 끝 승부 중책
김광현은 결승 진출 시 등판 계획


포스트시즌 때부터 승부처만 되면 선택받는 투수가 있다. 한국대표팀의 좌완 에이스로 떠오른 장원준(30·두산·사진) 얘기다. 이번에는 단판승부가 시작되는 8강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 출전한 대표팀을 이끄는 김인식 감독은 16일 열리는 8강전 선발로 일찌감치 장원준을 낙점했다. ‘패배=탈락’인 단판승부에 돌입하는 시점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투수를 고른 것이다.

실제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장원준의 구위가 현재 선발투수들 중 가장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 장원준이 있어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는 김광현을 15일 미국전에 배치해 결승 진출 시 등판시키려는 계획도 잡을 수 있었다.

장원준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승부처마다 등판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NC와의 PO 2차전 7이닝 무실점 역투에 이어 최종 5차전에선 6이닝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끌었다. 삼성과의 KS에선 1승1패로 맞선 3차전에서 7.2이닝 1실점으로 두산이 시리즈의 흐름을 장악하는 데 앞장섰다.

KS가 7차전까지 갔다면, 장원준이 벼랑 끝에서 등판하는 상황이 왔을 것이다. 이에 대표팀 내 두산 동료들은 장원준에게 ‘독박 전문 투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장원준 역시 익숙해졌다. 징크스는 포스트시즌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의 개막전 패배 후 중요해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차전에 이어 8강전 선발로 낙점됐다.

다행히 현재 페이스는 최고다. 1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안겼다. 장원준은 “확실히 시즌 때보단 공이 좋다고 느낀다. 힘 있게 던진다는 게 느껴진다. 시즌 때는 밸런스가 좋지 않아 내 공을 던지지 못할 때가 많았다. 최근엔 좀더 자신감 있게 던지는 게 있다”고 말했다.

장원준은 2008년 이후 군복무시기를 제외하면 6년 연속 10승을 올릴 정도로 꾸준한 투수다. 그러나 에이스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국가대표 경험도 조기 탈락한 2013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전부였다. 당시 3.2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우승을 이끈 에이스, 대표팀의 2선발 등 여러모로 ‘달라진 장원준’을 본 한 해였다. 장원준은 올해 활약의 비결로 ‘책임감’을 꼽았다. 4년 총액 84억원이라는 FA(프리에이전트) ‘대박’은 그에게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더 큰 책임감을 줬다. 그는 “FA 계약을 했다고 처지는 게 아니라, 돈을 많이 받은 만큼 더 뛰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안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큰 책임감으로 1년을 보낸 장원준에게 프리미어 12는 마지막 관문이다.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공인받을 기회다.

타이베이(대만)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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