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정신적으로 많이 배운 시즌, 사이클링 히트 가장 기억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5시 45분


15일 귀국한 텍사스 추신수(오른쪽)가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로부터 골드글러브 모양의 공로패를 전달받은 뒤 밝게 웃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5일 귀국한 텍사스 추신수(오른쪽)가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로부터 골드글러브 모양의 공로패를 전달받은 뒤 밝게 웃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추신수 귀국 기자회견

박찬호 선배처럼 기억에 남는 선수 목표
이대호·박병호 파워 ML서 충분히 통해
다르빗슈 복귀하는 내년시즌 벌써 기대


텍사스 추신수(33)가 15일 귀국 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회견을 열었다. 추신수의 모국 방문은 2013년 12월 이후 약 2년만이다. 지난해에는 왼 팔꿈치와 발목 수술 후 재활을 위해 미국에 머물렀다.

돌아온 추신수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면모는 시련을 겪어본 사람 특유의 ‘성숙함’이었다. 추신수는 2000년 8월 시애틀과 계약한 뒤 5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풀타임 빅리거가 된 시점은 2008년 클리블랜드에서였다. 2014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7년 총액 1억3000만달러의 대형계약을 해낸 화려함의 이면에는 긴 기다림이 있었다. 텍사스로 이적해서도 시련은 계속돼 2014년 타율 0.242에 13홈런 40타점이라는 기대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도 전반기에는 4월 한때 타율이 0.096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타자들 가운데 꼴찌일 정도로 몹시 부진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주저앉지 않고 후반기 반전을 통해 시즌을 타율 0.276, 22홈런, 82타점으로 마쳤다. 특히 9월에는 타율 0.404에 5홈런 21타점을 기록해 아메리칸리그(AL)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 텍사스의 AL 서부지구 우승도 맛봤다. 이런 반전에 들뜨지 않고 추신수는 “정신적으로 많이 배운 시간”이라고 결산했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콜로라도전(7월 22일·한국시간)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을 때다. 클리블랜드 시절 20홈런-20도루(2009∼2010년)를 기록했을 때도 동양인 최초라는 그 단어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사이클링 히트를 언젠간 기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동양인 최초라는 점과 타격 사이클이 좋지 못했던 상황에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기분이 더 좋았다. 마지막 타석에서 3루에서 슬라이딩할 때 앞선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남기고 싶은 기록은?

“사실 내가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도, 타율이 높은 타자도 아니다. 그동안 인정을 받은 것은 다방면에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록보다는 아프지 않고 오래 뛰고 싶다. 박찬호 선배처럼 동양인 메이저리거로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대호(소프트뱅크), 박병호(넥센) 등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선수들에 대해 조언한다면?

“(이)대호는 내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선수인 것 같다. ‘2∼3년 전에 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지금이라도 온다면 잘할 것 같다. 주력에서 많은 우려가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대호보다 느린 선수들이 많다. 박병호는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 기량도 뛰어나지만, 이야기를 나눴을 때 미국에 가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에 있을 때 가끔 박병호의 경기 장면을 보면 홈런을 정말 쉽게 치더라. 많은 사람들이 한국야구 수준이 낮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텍사스 선수로서 내년 시즌 목표는?

“아쉽지만 올해 성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시즌 초반에 많이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지구 우승까지 했다. 내년 시즌에는 다르빗슈 유가 부상에서 돌아오고, 콜 해멀스도 초반부터 던진다. 불펜 보강도 잘 이뤄졌고, 부상만 없다면 정말 기대해볼 만한 시즌이 될 것 같다.”

-프리미어 12 대회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나?

“프리미어 12에 대해선 시즌 말미에 구단으로부터 들었다. 당시 텍사스가 선두 경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출전 규정을 기다리고 있었고, 40인 로스터에 들어있는 선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소식을 통보 받았다. 대표팀에 나간다면 동료들과 함께 지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말 즐겁고, 또 내가 국가대표로서 받았던 혜택 등을 보답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최지만(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거), 이학주(탬파베이 산하 마이너리거) 등 마이너리그에서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은?

“나도 경험해봤고, 분명히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고난을 이겨낸다면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해나가길 바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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