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웃지 못한 프랑스의 슬픈 평가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5시 45분


프랑스 축구 대표팀 디디에 데샹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프랑스 축구 대표팀 디디에 데샹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테러 터진 날 독일전 2-0으로 승리
경기후 독일팀과 함께 밤 지새기도

13일(현지시간) 프랑스-독일의 친선 A매치 전반 21분 의문의 폭발음이 스타디움 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선수들이 플레이를 멈출 정도로 명확하게 들린 폭발음이었다. 그날 파리에선 테러집단의 연쇄총기난사사건으로 인해 100명이 훌쩍 넘는 시민이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프랑스는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파리 북쪽의 생드니는 프랑스와 독일 축구팬들로 가득했다. 경기가 펼쳐진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도 수용인원 8만1338석을 모두 메울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양국의 친선경기였던 만큼 프랑수아 올란드 프랑스 대통령과 슈타인 마이어 독일 외무장관도 함께 관전했던 경기다. 그러나 테러로 인해 올란드 대통령과 마이어 장관은 전반 이후 자리를 떠야 했고, 경기 후에도 선수들을 비롯한 관중은 혼란에 빠졌다.

경기는 프랑스의 2-0 승리로 끝났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승리에 웃지 못했고, 독일은 패배에 슬퍼할 수 없었다. 독일대표팀 요아힘 뢰브(55) 감독은 경기 직후 “우리는 이미 경기 전 위험에 대한 소식을 접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독일대표팀 제롬 보아텡(27·바이에른 뮌헨) 역시 “전반전 이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선수들에게 알려줬을 때 모두 충격에 빠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고, 경기 후에도 독일대표팀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채 스타디움 안에서 대기했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프랑스대표팀은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는 독일대표팀을 위해 밤을 지새주었다. 원래 프랑스대표팀은 귀가 조치를 받았으나, 독일대표팀을 위해 같이 머무르다 통제시간이 끝난 이튿날 새벽 5시가 돼서야 비로소 경기장을 나서는 의리를 보여줬다.

독일대표팀 토니 크로스(25·레알 마드리드)는 이 사태에 대해 “세계가 아파하고 있다. 왜 이런 비인간적 일들이 일어나야만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크로스를 비롯한 독일선수들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파리시민들을 위해 SNS로 애도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우리는 프랑스와 함께 울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는 각 나라가 전쟁 없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싸움이며, 화해의 수단이자 화합의 매개체다. 이번 일로 전 세계가 애도하는 가운데, 종교적 갈등과 사회적 갈등이 스포츠를 통해 치유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쾰른(독일) | 윤영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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