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담배가 미국의 독립을 부추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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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연기, 담배/에릭 번스 지음·박중서 옮김/520쪽·2만5000원·책세상

최근 96세에 타계한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말년까지 줄담배를 피운 애연가였다. 그를 비롯해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애연가들이 담배를 예찬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나는 이 세상에 담뱃불을 빌리러 왔다’ ‘잠잘 때는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고, 깨어 있을 때는 절대로 담배를 삼가지 않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책은 1500년 전 마야 문명 사람들이 담배를 신이 준 선물로 여기며 제의와 치료용으로 사용했던 것부터 1964년 미국 보건당국이 담배와 질병의 연관성을 담은 보고서를 낼 때까지 인간과 담배의 애증사를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보여준다.

담배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영향을 끼친 나라는 바로 미국이었다. 17세기 초 영국은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식민지 건설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흥미를 잃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식민지에 살던 존 롤프(인디언 공주 포카혼타스의 남편)가 순한 담배 재배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영국은 당시 스페인으로부터 매년 20만 파운드의 담배를 수입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영국은 담배 생산 기지로서 식민지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1660년대 식민지 담배 수출로 인한 영국의 관세 수입은 재정 수입의 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만약 담배가 없었다면 영국이 식민지에서 떠났을 가능성이 컸고 그 공백을 프랑스나 스페인이 메울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역시 담배 재배와 관련한 영국의 강압적인 정책과 고율의 관세에 대한 식민지의 반발이 원인 중의 하나였다. 만약 영국이 좀 더 온화한 담배 정책을 썼다면 그대로 식민지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신들의 연기 담배#애연가#미국 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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