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루터의 종교개혁 사상도 ‘좋아요’ 덕분에 확산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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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2000년/톰 스탠디지 지음·노승영 옮김/408쪽·열린책들·1만9800원

로마 시대 브리타니아에서는 5주, 시리아에서는 7주면 로마의 소식을 알 수 있었다. 키케로와 같은 정치가는 다른 로마 지배층과 마찬가지로 거미줄 같은 연락망을 통해 정보를 입수했다. 이들은 서로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편집하고 유포했다. 로마 공화국의 심장부에서 생산된 편지, 연설, 관보의 발췌문들이 친구와 지인들을 통해 빠르게 공유됐다.

저자는 소셜미디어 시스템을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정보가 전달돼 분산된 논의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환경”이라고 정의한다. 이 기준에서는 키케로도 소셜미디어 시스템에 속했던 셈이다. 로마 시대의 파피루스 두루마리나 현대의 페이스북은 모두 쌍방향의 대화형 환경에서 정보가 중앙 통제부에서 수직 하달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따라 수평적으로 전달된다.

‘이코노미스트’의 부편집장이며 디지털 부문 책임자인 저자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현대 소셜미디어가 역사 속 수많은 소통의 매개체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본다. 활자 인쇄술을 활용해 소셜미디어 활동을 한 대표적 인물로는 마르틴 루터를 꼽는다. 루터의 종교개혁 사상은 소책자로 만들어져 독일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는데 그 배경에는 중세인들의 공유, 추천, 복제가 있었다. 이는 오늘날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리트윗’ ‘담기’ 기능과 비슷하다.

책은 밀도 높은 분석을 했다기보다 소셜미디어의 유사한 특징을 가진 몇 가지 사례들을 역사 속에서 발견하고 소개한 것에 그쳤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형태가 달라질 뿐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당연한 만큼 힘이 실린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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