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41>약속에 자주 늦는 또 다른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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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부부 동반 모임에서 한 남편이 애가 타서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어디야? 10분이면 도착한다더니…. 다들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잖아.”

일찌감치 와 있던 다른 아내가 편을 들어준다. “여자들은 원래 외출 준비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옷 고르고 화장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여성은 약속시간에 늦지 않는다.

약속에 매번 늦는 속사정은 남자나 여자나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중심적이거나 게으르거나 기다리는 손해를 조금도 감수하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그런데 일부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화끈한 ‘작심성 지각’도 있다.

늦는 데 일가견이 있는 여성은, 자신의 의도를 등장하면서 한껏 드러낸다. 연말의 시상식에 참석한 여배우가 레드 카펫 위에서 플래시 세례를 받듯 식당 입구에서부터 자신의 ‘바뀐 얼굴’ 혹은 ‘튀는 차림새’에 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것이다. 게다가 가장 늦게 도착한 이에게는 기다리던 사람들의 안부와 관심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십상이다.

이런 스타일로 늦는 여성은 사람들의 관심을 독점해 주인공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것이다.

성취나 승리를 대놓고 자랑하는 남성과는 달리, 타인의 반응에 예민한 여성들 사이에선 약속 장소에 늦게 등장해 은근슬쩍 시선을 모으는 방법만큼 자연스러운 설정이 없다.

하지만 그 계산이 지나쳐 속이 보일 정도라면 친구의 결혼식에 신부보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간 것만큼이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이따금 여성의 세계는 군대만큼이나 혼자 튀는 것을 눈뜨고 못 봐준다. 자전거 동호회만 봐도 드러난다. 자전거 복장 상의는 대부분 현란한 색상인데(사고 방지를 위해 눈에 잘 띄라고) 여성 동호회는 유니폼으로 맞춰 입는 일이 많다. 모임의 일체감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더 고급지고 예쁜 옷’을 입는 불상사를 막는 차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홍일점이라면 모를까, 다른 여자들이 끼는 모임이라면 관심을 독차지하려다 여왕은커녕 왕따 대상으로 전락하기가 더 쉽다.

사람은 약속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시간을 지키는 습관을 통해 성실성과 책임감, 배려심을 알 수 있다. 시간관념이 없다면 불성실하고 무책임하며 자기 생각밖에 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작심성 지각’을 애용하는 여성은 ‘혼자 튀려는 눈엣가시’이자 ‘개념 없는 이기적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녀의 남편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꾸민 여자는 예쁜 걸로 끝이지만, 꾸미고 성실한 여자는 진심으로 환영받는다는 점을 부부 모두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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