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이성 아닌 정서 공략하라? 엄청난 기업 성과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2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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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정서적으로 잘 교감하는 기업은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 최근 한 대형 은행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의 정서를 자극하는 신용카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해당 세분시장에서 신용카드 사용률이 70%, 신규계좌 증가율은 40% 높아졌다. 소비자의 이성이 아닌 정서를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영 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1월호에는 ‘고객의 감정을 사로잡는 새로운 과학적 접근법에 주목하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고객의 정서를 자극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소비자 정보를 분석하는 기업 모티스타의 스콧 매기즈 최고경영자(CEO) 등은 이 기사를 통해 “감정이 고객행동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에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 저자들은 고객과 교감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을 활용하면 마케팅 성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HBR 한국어판(HBR KOREA)에 실린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구매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켜라

고객과 정서적으로 공감하려면 우선 고객들의 ‘정서적 동기 유발’, 즉 감정적으로 특정한 브랜드나 기업의 제품을 사고 싶도록 만드는 요인들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고객들이 특정한 제품의 기능을 선호해서 구매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어떤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돋보이고 싶다’, ‘미래에 대한 확신을 품고 싶다’, ‘행복감과 해방감 혹은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는 등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을 구매한다.

정서적 교감을 원하는 기업들은 이 같은 ‘욕망’ 즉, ‘(구매)동기를 유발하는 원천’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미 고객군을 구분하고 만족도를 평가하는 다양한 측정 수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도구로는 실제 고객이 기업이나 브랜드와 정서적으로 어떤 교감을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정서적인 만족감을 얻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논문 저자들은 고객군을 ‘비(非)교감’, ‘대(大)만족’, ‘브랜드 차별성 인지’, ‘완전교감’ 순으로 ‘정서적 교감경로’의 단계가 존재하는데, 기업들은 자신의 어떤 고객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종단계인 ‘완전 교감’을 하게 된 고객들은 ‘대만족’ 수준에 있는 고객들보다 기업에 평균적으로 52%나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실제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비율과 사용빈도 등 다양한 척도에서 그들의 이익 기여도는 매우 높다.

실제 한 의류업체는 ‘정서적 교감’ 실행 방법론을 활용해 실적을 향상시켰다. 유명브랜드를 보유한 이 의류업체는 매장별 매출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매출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할인 판촉을 지속했지만 이윤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 회사는 더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가져와 판매했고 물류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상품과 매장 구성을 간소화하는 등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 의류업체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먼저 ‘완전 교감 고객’이 누구이고 그들은 어떤 가치를 지니는 지 먼저 알아봤다. 분석 결과, 완전 교감 고객의 비중은 22%정도였지만, 그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7%, 연 평균 지출액은 크게 만족한 상태의 고객군인 ‘대만족 고객’의 두 배에 이른다는 게 밝혀졌다. 할 일이 명확해졌다. 타사의 완전 교감 고객을 뺏어오거나 대만족고객 집단에 속한 이들을 완전 교감 고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표가 도출된 것이다.

따라서 이 의류업체는 자신들의 완전 교감 고객 집단을 다소 재미있는 명칭인 ‘패션 제왕’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연구를 지속해서 그들의 특성의 거의 완벽하게 파악했다. 이 업체는 이제 ‘패션 제왕’에 속하는 수 만 명의 고객들은 면밀하게 살펴봤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싶도록 만드는 40여개의 요인이 이 집단의 구매, 지출, 충성도, 추천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특히 영향력이 큰 동기 유발원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 ‘짜릿함을 느끼고 싶은 욕구’,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였다. 무엇에 돈과 인력을 투자해야하는 지가 드러난 셈이다.

●‘교감 고객’을 분석해 성장을 견인하라

분석이 끝났으면 이제 회사 차원에서 모든 부서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업체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 홍보 메시지 전달 등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곧바로 700여개의 매장 중 ‘패션 제왕’ 고객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어디인지 찾아냈다. 입점전략도 바꿨다. 패션제왕 고객들의 밀집도가 높은 상권에 새로 문을 연 매장들은 첫해 매출 규모가 역대 평균치보다 20% 더 컸다는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다양한 유통채널별로 교감을 높이려는 노력도 이뤄졌다. 또 패션 제왕들의 구매습관을 추적해 상품을 추천했고, 정서적 교감을 높일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했다. 500편의 텔레비전 방송, 100개의 웹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50종의 모바일 앱과 80개의 간행물, 그리고 20종의 라디오 방송을 대상으로 패션 제왕 고객들의 미디어 소비성향을 정리했다.

이런 방침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패션 제왕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한 직원에게 더 높은 보상을 제공하는 등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이 매우 중요한 경영 과제라는 점을 조직원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이 의류업체는 1페이지 분량의 채점표를 고안해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공유하도록 했다. 고객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 지 추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채점표였다. 이 표를 통해 자신의 회사와 주요 경쟁사들의 교감 고객수가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자 매장 매출이 크게 늘었고 고객 추천율도 상승세를 타면서 이 업체를 추천하는 고객 수 자체가 20% 이상 늘었다. 정서적 교감 점수를 비교해보니 예전에 비해 20%이상 치솟았다.

정서적 교감전략의 실행은 쉽지 않다.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 분석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을 이 새로운 사고방식에 맞게 쇄신하겠다는 경영진의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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