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기러기 아빠’, 과로로 뇌경색땐 업무상 재해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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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떨어져 근무하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가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아 뇌경색이 발병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강모 씨(55)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강 씨는 2008년 1월 한국농어촌공사의 지방지사로 발령을 받아 회사가 제공한 숙소에서 생활했다. 강 씨가 소속된 지사의 사업추진 실적과 목표 달성률은 낮은 편이었다. 회사는 2010년 11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휴일 특별근무 등 비상 근무를 실시했다. 농번기가 시작되는 4월 이전에 일이 집중돼 강 씨는 2011년 1월부터 두 달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출장을 다녔다. 하지만 농민들은 2011년 들어 농어촌공사와의 계약을 연달아 해지했다.

강 씨는 부하직원에게 화를 냈고, 부하직원이 말대꾸를 하자 욕설까지 했다. 강 씨는 이틀 뒤 쓰러졌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뇌경색 발병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며 강 씨가 낸 요양급여신청을 거절했고, 강 씨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강 씨가 과중한 업무를 계속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 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강 씨는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며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부하 직원과 이례적 언쟁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며 “뇌경색은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거나 지병인 고혈압 등이 과로로 급격히 악화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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