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km 이동에 5시간 30분… 방사성폐기물 운송 ‘한밤 대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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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폐기물 운송 과정 따라가 보니

“방사성폐기물은 주로 야간에 운송합니다. 차량 운행이 적어 사고위험이 낮기 때문이죠.”

9일 오후 대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 하나로 원자로 옆. 전용범 원자력연 재료조사시험평가부장을 비롯한 운송요원 30여 명이 흰색 방호복을 입고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이날 원자력연은 30년간 모아 뒀던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까지 운송했다. 본보 기자가 대전에서 경주까지 ‘방사성폐기물 운송 과정’ 전체를 언론 최초로 동행했다.

○ 폐기물 96드럼 싣고 밤 12시 출발

오후 2시 작업 현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안전교육을 받고 방호복과 안전모, 덧신을 착용했다. 마지막으로 방사선측정기를 가슴 앞주머니에 넣고서야 현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원자력연 저장고 앞에선 노란색 폐기물 드럼통을 컨테이너 차량에 옮겨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드럼통을 2개, 4개씩 나무받침대(팔레트)에 묶는 ‘고박 작업’을 마치자 지게차가 들어 컨테이너로 나른다.

이날 운송할 폐기물은 모두 96드럼, 원자력연구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공기정화필터들이다. 대부분 보호 장비 없이도 만질 수 있지만 저준위 폐기물로 구분돼 드럼통에 넣고 시멘트를 부어 굳힌다.

홍대석 원자력연 재료조사시험평가부 책임연구원은 “운송차량의 균형을 맞추고 흔들림에도 대비하기 위해 미리 짜 둔 적재 계획에 따라 폐기물을 싣는다”고 말했다.

모든 점검을 마친 뒤 밤 12시, 운송팀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출발 보고를 하고 10일 0시 30분 긴 여정을 시작했다. 운송 경로는 10월 27일 실시한 사전답사를 통해 결정됐다. 휴식을 취할 휴게소도 이때 미리 정해놨다.

운송팀 차량은 모두 6대로, 호송차 2대가 앞뒤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가운데 운송용 컨테이너 차량 2대가 폐기물을 운반한다. 뒤이어 차량 고장에 대비한 예비차량 1대와 응급의약품 등을 실은 비상대응 차량도 함께 출발했다. 여기에 대전과 경주의 경찰차량 등을 포함해 총 10대가 비상등을 켜고 줄지어 이동했다.

○ 방사선 누출 없어 ‘안전’

대전 원자력연에서 경주 방폐장까지 거리는 257km로 승용차로 3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날 운송 행렬은 최대 시속 80km를 유지하며 5시간 30분 동안 이동했다. 전용범 부장은 “느린 속도 문제로 다른 차량의 운행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밤 시간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전 1시 40분경, 호송차량 한 대가 열에서 빠져 앞으로 달려 나갔다. 휴게소에 들어서기 전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모든 차량이 주차를 마치자 운송요원이 차량 주변의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시간당 0.21μSv(마이크로시버트)로 일상에서 받는 방사선량 수준으로 나타났다. 민간 환경단체가 2012년 6월 서울시청과 25개 구청 앞에서 생활 방사선량을 측정했을 때 0.15∼0.21μSv로 나타난 바 있다. 오전 4시 40분경 두 번째 휴게소에 들렀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오전 6시 5분, 마침내 방폐장에 도착했다. 방사선 누출 확인 절차를 거치고 하역을 마쳐 오전 10시경 모든 작업이 마무리됐다. 운송된 폐기물은 장기 처분에 적합한지 최종 조사를 거친 뒤 지하 130m 깊이의 ‘사일로(Silo)’에 보관된다.

오행엽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인수운영팀장은 “폐기물 한 드럼당 처분 비용 1300만 원을 받는다”며 “사일로 건설 당시 사용한 6000억 원의 비용을 폐기물 처분비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연은 이번 운송을 포함해 올해 총 5회에 걸쳐 폐기물 800드럼을 경주 방폐장으로 운송할 예정이다.

대전·경주=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방사능#방사성#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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