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더니 이번에도… 그녀는 예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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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음은 올해로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그는 “연기할 때 계산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내 역할에 최선을 다했더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배우 황정음은 올해로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그는 “연기할 때 계산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내 역할에 최선을 다했더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저조했던 4%대 초반 시청률을 딛고 마지막 회 15.9%를 기록하며 올해 KBS ‘프로듀사’, SBS ‘용팔이’를 잇는 화제의 드라마로 종영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시청률 ‘역주행’의 주역은 단연 황정음(30)이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악성 곱슬머리, 주근깨가 뺨의 절반을 뒤덮는 못생긴 혜진 역으로 망가지며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을 잇는 ‘로코퀸(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자리 잡았다.

황정음이 출연한 드라마 중에는 ‘전약후강(前弱後强)’하며 뒷심을 발휘한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시청률 5.3%로 시작해 마지막 회 18.9%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KBS ‘비밀’(2013년)이 대표적이다. MBC ‘골든타임’(2012년), ‘내 마음이 들리니?’(2011년) ‘킬미힐미’(2015년) 등 출연작들이 잇달아 성공하며 인터넷에서는 ‘황정음이 나오면 믿고 본다’는 뜻으로 ‘믿보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의 성공 비결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배우 황정음이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들. 위 사진부터 KBS ‘비밀’(2013년), MBC ‘골든타임’(2012년) ‘내 마음이 들리니?’(2011년) ‘지붕 뚫고
하이킥’(2009년). KBS·MBC 제공
배우 황정음이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들. 위 사진부터 KBS ‘비밀’(2013년), MBC ‘골든타임’(2012년) ‘내 마음이 들리니?’(2011년) ‘지붕 뚫고 하이킥’(2009년). KBS·MBC 제공
○ 거침없이 망가지는 ‘로코퀸’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연출자였던 김병욱 PD는 “황정음은 카메라 앞에서 자기가 어떻게 해야 예쁘게 나올지 의식하지 않는다”며 “인터넷에 올라오던 악성 댓글에도 휘둘리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며 망가지는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걸그룹 ‘슈가’ 출신인 황정음은 2009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애교 많은 ‘허당’ 과외선생 역을 맡아 배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술에 취해 해변에서 쓰러지는 ‘떡실신’ 장면은 연기력 논란으로 MBC ‘겨울새’(2007년)에서 조기 하차를 당했던 그를 배우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망가지는 역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배우는 예뻐야 하는데 이렇게 망가지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을까.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껌을 보고 혜진이가 앞니 빠진 걸로 착각하는 장면을 읽고 나니 ‘이거다, 내가 잘하는 거 해야겠다’ 했다. 그렇게 몰입하고 나니 못난 혜진이가 어느 순간 예쁘게 보이더라.”

○ 피나는 노력의 ‘경주마’

KBS ‘비밀’을 연출한 이응복 PD는 황정음에 대해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에 비유했다. 그는 “촬영이 없을 때 차량이나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다른 연기자와 달리 황정음은 카메라 주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캐릭터를 공부하고 질문했다”고 했다. 치정멜로였던 ‘비밀’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강유정 역할을 맡은 그는 이 드라마로 로맨틱 코미디를 벗어나 정극 멜로 연기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정음은 맡은 배역에만 집중하는 단순함을 자신의 연기 비결로 꼽았다. 그는 “아직도 연기 선생님에게 연기 수업을 받고 있다”며 “대본을 이해하지 못하면 연기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철저히 준비하고 연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 ‘TV용 배우’로 머무를까

그는 아직까지 ‘TV용 배우’다. 성공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영화 출연작은 눈에 띄는 게 없기 때문이다. “밝으면서 그 이면에 아픔이 있는 캐릭터 연기를 잘하지만 정극에서는 그런 장점이 다소 아쉽다”(윤석진 충남대 교수) “섬세하고 속 깊은 연기를 하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다”(심영섭 평론가) 등 연기력에 대한 지적도 있다.

황정음은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이상하게 연기적인 측면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힘들다”며 “내가 하고 싶은 연기는 ‘비밀’의 유정처럼 내가 잘 몰랐던, 내가 해보지 않았던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다.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염희진 기자
#황정음#믿보황#그녀는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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