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重 엔진도면 유출관련 업체3곳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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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8월 수사의뢰 받고 본격 착수… 유출 경로 파악-짝퉁 수출 비리 초점

현대중공업의 핵심 기술인 ‘힘센(HiMSEN)엔진’의 도면 유출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외사과는 10일 부산 영도구와 강서구, 경남 김해시의 선박 부품 업체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고 12일 밝혔다. 2곳은 엔진의 주요 부품인 실린더헤드를 만들고, 1곳은 이를 해외에 판매한 혐의다. 경찰은 업체에서 압수한 부품 도면과 선급증서, 거래 명세서 등을 분석하는 한편 도면의 유출 경로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힘센엔진은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최초의 선박용 엔진이다. 현대중공업이 약 10년간 400억 원가량을 투입해 2000년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힘센엔진의 일부 도면이 유출돼 주요 부품이 불법 제조·판매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관련 제보를 받아 내부 검토를 거친 뒤 8월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힘센엔진은 제품을 보고 도면을 만드는 이른바 ‘역설계’가 사실상 불가능해 도면 유출 없이 복제 부품을 만들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 의뢰 3개월 만에 압수수색을 한 데 대해 경찰은 “복잡한 기술력이 적용된 제품의 수사인 만큼 법리 검토가 쉽지 않아 압수수색 영장을 받는 데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압수품 분석을 마치는 대로 업체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짝퉁’ 부품의 수출 과정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부품은 반드시 선급 검사를 통과해야 배에 설치할 수 있다. 본보 취재진이 입수한 한 복제품의 선급증서를 보면 제품명은 ‘HiMSEN’으로 표기됐지만, 모델명은 ‘G’로 시작됐다. 힘센엔진의 각 모델명은 ‘H’로 시작된다. 이 검사는 유럽의 한 선급 회사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 부품 업계에 따르면 힘센엔진의 복제 부품은 정품보다 30%가량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힘센엔진을 이미 사용 중인 곳에선 정기적으로 소모성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며 “해당 업체들이 이 점을 노리고 도면을 유출해 4, 5년 전부터 불법을 저질러 온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해당 업체의 혐의가 밝혀지는 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힘센엔진의 연간 매출액은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배영진 기자
#현대중공업#엔진도면#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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