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동문이라서… 동향이니까… 사이버司 기강해이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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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건 처리-부사관 인사 놓고 제식구 감싼 사령관-참모장 경질
他軍 출신엔 비하-폭언 비일비재

갈수록 위협이 커지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야 할 국군사이버사령부의 군 기강 해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사이버사령부는 최근 사령관을 조성직 소장(육사 38기)에서 변재선 소장(육사 39기)으로 교체하고 기강 해이 사건에 연루됐던 참모장 A 대령(해병)을 전격 경질했다.

사이버사령부의 대표적인 기강 해이 사례로는 육사 출신 군인들의 ‘제 식구 감싸기’가 꼽힌다. 사이버사령부 내 한 부서의 참모를 맡고 있는 육사 출신 B 대령은 최근 부하 여군무원과 회식을 하면서 술을 마신 뒤 2차로 여군무원과 노래방에 갔다가 강제로 껴안는 등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령부가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당시 조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지만 별도의 조사나 처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육사 출신 후배라는 이유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공군 출신 장교가 성추행 사건에 휘말렸을 때는 조 전 사령관이 보고를 받은 직후 조사를 지시하면서 곧바로 보직해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출신 C 중령은 올 2월경 회식 자리에서 부하 남자 부사관에게 “같이 (일을) 잘해 보자”며 허벅지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고 한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부사관의 신고를 받은 기무 부대는 조 전 사령관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조 전 사령관은 3월 곧바로 조사본부의 담당관을 불러 정식으로 이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C 중령을 보직해임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군 검찰로 넘어갔지만 군 검찰은 “혐의가 충분하지 않다”며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중령은 자신의 보직해임이 부당하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타 군을 차별하는 행태는 계속 이어졌다. 사이버사령부의 다른 참모인 D 중령은 최근 오전 회의에서 수차례 부하 공군 E 중위에게 공군을 무시하는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 중위의 머리가 길다는 이유에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D 중령은 부서의 다른 직원들이 다 참석하는 오전 회의에서 “너는 군인이 아니다. 너 같은 놈은 잘라야 한다. 양×× 같은 공군이 너처럼 하고 다닌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 식구 챙기기는 육군 출신만의 일이 아니었다. 참모장이던 해병 A 대령은 자기와 같은 지역 출신 군무원과 부사관의 인사 편의를 봐주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A 대령은 이달 초 경질됐다.

사이버사령부는 2013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정치적 성향의 댓글을 올렸다가 옥도경, 연제욱 당시 사이버사령관과 이모 심리전단장이 정치관여죄로 기소되는 홍역을 치렀다.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국회의원들과 의원 보좌진의 PC가 북한의 해킹에 번번이 뚫렸다고 발표하는 등 사이버사령부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직 쇄신은커녕 기강 문란과 타 군 차별 사건이 발생해 강도 높은 사이버사령부의 조직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국군사이버사령부#군 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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