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만장일치 “세월호 선장, 승객 익사시킨 것과 같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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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이준석 무기징역 확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대법원이 세월호 이준석 선장(70)에게 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250명·실종자 4명 포함)이 생존해 있었다면 수능을 치르고 있을 시간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날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 선장에게 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재난사고에서 총괄 책임자가 마땅히 해야 할 구조의무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명피해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처음 인정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 선장이 세월호의 총책임자로서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당시 상황을 지배하고 있었는데도 퇴선 명령 없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행위는 승객들을 물에 빠뜨려 익사시킨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선장이 조타실 방송 장비로 손쉽게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릴 수 있었는데도 승객 안전에 철저히 무관심한 채 혼자 살겠다며 탈출했고, 탈출 후에도 아무런 구조조치를 하지 않고 신분을 속인 채 해경구조함에 숨어 있었던 건 선장의 역할을 고의적으로 전면 포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월호와 교신하던 진도VTS가 승객들의 탈출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한 요청을 무시한 행위도 감안됐다. 이 선장의 행위가 단순히 승객들의 사망을 예측한 수준을 넘어 ‘승객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에서 비롯돼 미필적 고의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는 “사건을 수사할수록 이 선장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도 사라질 만큼 그는 승객 안전에 철저하게 무관심했다”며 “대법원이 이 선장의 살인죄를 인정한 게 희생자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선장과 함께 살인죄로 기소된 강원식 1등 항해사(43), 김영호 2등 항해사(48), 박기호 기관장(55) 등 3명은 다수 의견으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이 이 선장의 명령 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박보영 김소영 박상옥 대법관은 “강원식 김영호 항해사는 사고 당시 이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있으면서 선장을 대행해 구조조치를 지휘할 의무가 있었다”며 살인죄를 인정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날 대법정에는 세월호 리본이 그려진 노란 점퍼를 맞춰 입은 세월호 유가족 30여 명을 포함해 방청객이 몰리면서 180석이 일찌감치 메워졌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이 주로 거주하는 경기 안산 지역 관할 법원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법정에는 대법원 재판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단원고 2학년 8반이었던 이재욱 군의 어머니 홍영미 씨는 “아이들이 하늘에서 친구들에게 힘을 주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남을 잃은 김모 씨(46)는 안산지원에서 TV 화면으로 재판을 지켜본 뒤 “아침에 학생들이 수험장에 가는 걸 보고 울컥했다. 우리 아들도 시험 잘 보라고 도시락 싸줘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동주 djc@donga.com·신나리 / 안산=박성진 기자
#세월호#선장#이준석#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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