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붕괴 막아야 하는 金… 호남 의석 지켜야 하는 文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선거구 획정 협상 결렬]‘권역비례’ 놓고 이해 충돌… 협상결과 따라 ‘리더십 기로’

선거구 협상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벼랑 끝 대치를 사흘째 계속했다. 선거구 실무 협상이 벽에 부닥쳐 당 대표에게 넘어온 만큼 두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 대표는 ‘의원 정수 300석 유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불가’를 마지노선으로 내걸고 있다. 문 대표는 정치 개혁 차원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당의 최대 기반인 호남의 지역구 의석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 대표로선 ‘의원 정수 300석’이 깨질 경우 대표직 거취 문제와 직결될 수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이날 여야 협상 후 논의 내용을 최고위원들에게 일일이 보고했다. 최고위원들도 “의원 정수 유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불가를 전제로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만 협상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9월 최고위원들과 충분한 상의 없이 야당 대표와 ‘안심번호를 통한 국민공천제’ 도입에 합의했다가 청와대, 친박(친박근혜) 진영과 갈등을 겪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도 김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과반 의석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권역별 비례대표를 어떤 형태로도 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야당 중재안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거나, 21대 총선부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받을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

반면 문 대표는 ‘지역 구도 타파’라는 정치 개혁의 명분을 들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여당의 완강한 반대를 뚫기 어려워 보인다. 만약 여당의 압박처럼 현행 의석수(지역 246석, 비례 54석)를 유지하게 될 경우 문 대표는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한 최악의 협상을 했다는 당내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호남 의석도 걸림돌이다. 의원 정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현행 54석의 비례대표가 그대로 유지되면 전남 전북 광주에서 최소 3석이 줄어든다. 가뜩이나 호남 지지율이 낮은 문 대표가 호남 의석마저 지키지 못하면 ‘문 대표 사퇴론’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 12일 여야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연내 선거구 획정안 타결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
#선거구 협상#권역비례#김무성#문재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