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국회]밤새워도 모자란데… 증원 논란에 문 못연 예산소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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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증감 칼자루 쥔 자리… 與野, 각자 1명씩 ‘짬짜미’ 증원
與 이정현-野 이종걸 측근 포함… 예결위장 “명단 줄여서 다시 내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이 당초 15명에서 17명으로 ‘꼼수 증원’된 과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밀실 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예산안 심사 기한(30일)까지 갈 길 바쁜 예산소위의 가동이 또다시 미뤄졌다.

여야는 12일 예산소위 첫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김재경 예결위원장이 “위원 수를 15명으로 다시 줄여오라”고 여야 원내지도부에 주문하면서 첫 회의는 무산됐다.

예산소위는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사업을 빼거나 새로 넣는 역할을 한다. 지역을 대표해 ‘쪽지 민원’을 취합해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꽃보직’으로 통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예산소위에 끼려는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당초 예결위는 9일 전체회의에서 소위를 예년대로 총 15명(새누리당 8명, 새정치연합 7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11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 이후 새정치연합이 당초 의결된 안에서 한 명 늘린 안을 공개했다. 이어 새누리당도 오후 늦게 슬며시 이정현 최고위원을 추가한 안을 발표했다. 여야가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선 ‘짬짜미’한 것이다.

예산소위 위원 수를 17명으로 늘리려면 다시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만큼 내년 예산안 심사 일정도 지연되는 셈이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꼼수 증원’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의 실질적인 정상화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논공행상’식 증원에는 쉽게 손을 잡았기 때문. 특히 새정치연합에서 최원식 의원이 새로 이름을 올린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최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와 가까운 비주류의 핵심 의원으로 꼽힌다.

당장 예산소위 가동이 지연됐는데 여야는 이날 해법을 찾기보다 책임을 미루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야당 측은 김 위원장 등 여당 예결위원의 반발에 “이미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 알아서 풀라”는 태도를 보였다. 여당 측은 “야당의 증원 요청이 컸던 만큼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이 김 위원장을 설득하라”고 나왔다.

홍수영 gaea@donga.com·한상준 기자
#국회#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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