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빠진 브릭스펀드, 애물단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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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수익률 ―25.86%로 손실 눈덩이

14년 전 ‘브릭스(BRICs)’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미국 골드만삭스가 브릭스펀드의 간판을 내리면서 브릭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때 수조 원대 자금을 빨아들이며 인기를 끌었던 브릭스펀드들은 수년째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금유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감속(減速)과 7년 만의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간의 차별화가 진행되는 만큼 브릭스를 한데 묶어 투자하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익 낸 펀드는 34개 중 1개뿐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0일 현재 국내에 설정된 브릭스펀드 34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7.81%에 불과했다. 34개 펀드 중 최근 1년간 플러스 수익을 낸 펀드는 단 1개뿐이다. 특히 최근 3년 수익률은 ―5.28%, 5년 수익률은 ―25.86%로 장기 투자자일수록 손실이 컸다.

초라한 성적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2007년 말 순자산 13조3500억 원까지 덩치를 키웠던 브릭스펀드는 11일 현재 1조525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브릭스펀드는 2007년 한 해에만 9조72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빨아들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7년째 자금 순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8200여억 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올 들어서도 3900억 원이 이탈했다.

한때 투자자들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겼던 브릭스펀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자원 수출국인 브라질, 러시아 경제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마저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국내 운용사들, 러-브라질 투자비중 줄여

최근엔 브릭스 용어를 처음 만들어 투자붐을 주도했던 미국의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브릭스펀드 운용을 접으면서 ‘브릭스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브릭스펀드 상품을 폐쇄하고 이 펀드의 자산을 신흥시장펀드로 통합했다. 2010년 8억4200만 달러(약 9800억 원)였던 골드만삭스의 브릭스펀드도 9월 말 98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최근 5년간 수익률도 ―21%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골드만삭스처럼 브릭스펀드를 없애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펀드 투자 전략, 지역 등을 바꾸려면 수익자 총회를 열고 투자자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국내 운용사들은 러시아, 브라질 투자 비중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브라질, 러시아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브라질(―3.1%)과 러시아(―4.0%)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외국자본의 이탈과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빨라지면서 이들 국가의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손실이 난 브릭스펀드를 지금이라도 환매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 나온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팀장은 “내년에는 선진국 투자를 눈여겨보는 게 좋다”며 “신흥국에서는 원자재 소비 사이클과 동행하는 인도, 중국이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팀장은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신흥국 간에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개별 국가, 지역별로 접근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브릭스펀드#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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