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5% 벽 넘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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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고급차 시장 2019년 1000만대… 최소 50만대 팔아야 안착

최근 현대자동차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범시키고 첫 차로 EQ900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2019년이면 고급차 수요가 전 세계에서 연간 1000만 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존 고급차 브랜드도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잇따라 투자를 늘리고 있어 고급차 시장을 두고 벌이는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2019년 1000만 대 넘어설 전망

1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전 세계 고급차 시장 수요는 올해부터 연평균 4%씩 늘어 2019년에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차 시장의 연평균 증가율이 3% 수준임을 감안하면 고급차 시장의 성장세가 더 가파른 셈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양극화도 심화돼 고급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급차 시장은 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그룹 11곳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BMW와 다임러의 평균영업이익률은 8.8%에 이른다. 반면 대중차 위주인 나머지 9개 완성차업체의 평균영업이익률은 3.9%에 그쳤다.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 때문에 고급차를 만드는 업체들의 투자도 빨라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친환경 파워트레인 생산을 위해 30억 달러(약 3조4680억 원)를 투자해 독일의 공장 설비를 현대화하고 있다. BMW도 최신 엔진을 생산하기 위해 영국 햄스 홀 공장 설비를 개선했다.

도요타는 최근 자사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일본 내에서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깨고 미국 켄터키 주에서 인기 모델인 렉서스ES의 생산을 시작했다. 환율 변화에 대처하면서도 급증하는 미국의 고급차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 프리미엄 이미지, 브랜드 스토리도 필요

자동차업계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2020년 기준 최소 50만 대 이상의 판매는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20년 기준 고급차 시장의 5% 정도는 차지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출범한 지 25년 된 렉서스의 전 세계 판매량은 60만 대 안팎(약 7%)이고 닛산과 혼다의 고급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네시스에 쉽지만은 않은 도전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차 시장의 초기 진입이 원활하려면 적절한 가격 책정 전략도 필요하다. 현재 기존 제네시스 모델은 미국시장에서 4만 달러 안팎에서 판매되고 있다. 고급 중형차의 미국 내 평균가격이 6만 달러, 고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7만 달러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별도 브랜드로 출범하면서 실내외 고급화를 강화하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김 교수는 “가격 인상을 상쇄하려면 ‘렉서스는 정숙하다’와 같이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브랜드 스토리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부품업체의 고급차 부품 생산 경쟁력도 관건이다. 현재 현대차는 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모비스로부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부품을 공급받고 있지만, 향후 고급차에 맞는 부품과 내·외장재를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지 못하면 수입 부품을 늘려야 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부품 및 내·외장재 업체의 가격, 품질 경쟁력도 함께 끌어올리는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제네시스#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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