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땐 공기가 집 들어올려 피해 줄여… 日 첨단기술에 눈 ‘반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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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수상 학생-교사, 일본 과학기술 체험

4일 일본 도쿄 TEPIA 선단 기술관을 찾은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수상자들이 거미로봇을 지켜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도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4일 일본 도쿄 TEPIA 선단 기술관을 찾은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수상자들이 거미로봇을 지켜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도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제37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동아일보·미래창조과학부 주최)에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생과 교사들이 2∼7일 일본을 방문했다. 이들은 일본 도쿄 지역의 과학기술관, 미래과학관, 국립과학박물관, 지진방재관 등을 찾아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 과학기술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연수는 “자원이 없는 한국이 살아갈 방법은 과학기술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1979년 이 대회가 처음 열릴 때부터 단독 후원을 해온 한국야쿠르트의 전액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 에어매트로 지진 피해 줄여

4일 오전 방문한 도쿄 TEPIA(Technological Excellence Promoting Innovative Advances) 선단 기술관에서는 첨단 지진 대처 기술을 볼 수 있었다. TEPIA 선단 기술관은 각 분야의 첨단 기술을 모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서울 신서중 1학년 박홍근 군이 조심스럽게 사각형 모양의 발판에 올라가자 안내원이 발판에 연결된 호스에 가볍게 ‘후’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었다. 순간 발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박 군의 몸을 2cm가량 위로 밀어 올렸다. 박 군의 입에서 “어, 어” 신음이 나오자 지켜보던 학생들이 탄성을 질렀다.

이는 지진이 났을 때 가옥을 들어 올려 지진 피해를 줄이는 기술을 모형으로 재현한 것. 곧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지진 충격을 얼마나 줄여 줄 수 있나요?”(울산 신복초 5학년 정현진 양)

“고층 빌딩에도 적용이 가능한가요?”(충남 양당초 5학년 김송아 양)

“어떤 원리로 공기가 들어가는 건가요?”(대전 한밭초 5학년 박시윤 양)

“집을 들어 올리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가능한가요?”(제주 노형초 5학년 이예림 양)

안내원은 “현재 일본의 일부 소규모 주택에 이미 시범적으로 적용 중”이라며 “아직 고층 빌딩에는 적용하기 어렵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진이 발생하면 초기 진동을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지반의 에어매트에 공기를 주입한다고 덧붙였다. 공기가 집을 들어 올린다는 놀라운 이야기에 학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후 방문한 지진방재관에서는 진도 변화에 따른 지진 상황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일반 가정집의 식탁처럼 꾸며진 진동판에 학생 6명이 올라가 의자에 앉자 곧 진도 1에 해당하는 진동이 시작됐다. 이어 진도는 2, 3,…6까지 올라갔다. 바닥이 정신없이 흔들리자 학생들은 식탁 아래로 들어가 식탁 다리를 붙잡고 버텨 보려 했으나 곧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구르기 시작했다. 진도 8 이상은 부상의 위험이 있어 대학생 이상 성인만 체험이 가능했다. 동행한 교사, 장학사, 장학관과 함께 기자가 진동판에 오르자 곧 진도 8 이상의 진동이 가해졌다. 진도가 9까지 올라가자 온 세상이 요동치는 듯했다. 체험 프로그램이지만 ‘이러다 다칠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방재관 관계자는 “체험은 진동이 좌우로만 가해지지만 실제 1995년 고베 대지진(진도 9) 때는 좌우뿐만 아니라 위아래로도 지표면이 요동쳐 훨씬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망자는 6300여 명에 달했다. 이런 자연환경 때문에 일본은 지진 방어기술, 건축공학이 유난히 발달했다.

○ “세상과 사람을 치유하는 발명 할 것”

일본의 첨단 과학기술을 본 학생들은 저마다 다양한 소감을 쏟아냈다.

김지민 양(경기 장호원고 2학년)은 하마긴 우주과학관에서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의 중력을 체험했다. 장비를 착용하고 바닥을 살짝 차자 몸이 1.5m가량 위로 붕 떠오른 것. 김 양은 “영화에서나 보던 달의 중력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며 “아주 큰 힘으로 표면을 차면 아예 달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3D프린터 기술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유수정 양(충남 대천동대초 6학년)과 엄단주 양(대구 매곡초 4학년)은 “여기 오기 전까지 실제로 3D프린터를 본 적이 없었다”며 “3D프린터로 집도 지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임현정 양(인천 공항고 2학년)은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발명품이 인간의 정서와 잘 조화되도록 하는 디자인도 중요한 것 같다”며 “과학과 디자인을 접목하는 분야를 공부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신동규 군(세종 두루고 1학년)은 “일본에서 연이어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곤 부러운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와서 보니 과학교육 인프라가 역시 잘 갖춰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에도 뛰어난 학생들이 많으니 머지않아 수상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박규열 군(충북과학고 2학년)은 “생활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것도 발명이지만, 새로운 과학 원리를 발견해 실생활에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발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학에 진학하면 신소재와 재료공학 분야를 연구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도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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