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광철 서울대 음대 교수 “바그너 오페라, 늘 하지만 늘 새로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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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달란트 선장역 연광철 서울대 음대 교수
獨바이로이트 축제 단골 출연… 세계가 인정하는 ‘바그너 베이스’
은사 있는 양로원서도 공연계획 “모양빠진다고요? 자존감 있으면 남의 시선 신경 안써”

연광철 교수는 70세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헛된 명성에 속지 않고 어느 상황이든 맡은 역을 해내는 장인정신을 끝까지 지키겠다고도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연광철 교수는 70세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헛된 명성에 속지 않고 어느 상황이든 맡은 역을 해내는 장인정신을 끝까지 지키겠다고도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바그너 오페라에 출연할 때는 다른 오페라를 할 때보다 마음가짐이 특별합니다. 할 때마다 늘 새롭기 때문입니다.” 성악가 연광철 서울대 음대 교수(50)는 세계가 공인하는 ‘바그너 베이스’다. 매년 여름 바그너 오페라만 공연하는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 1996년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추천으로 입성한 그는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야경꾼 역을 맡아 단 2분간의 노래로 청중을 휘어잡았다. 이후 거의 매년 주요 작품의 주·조연을 맡는 단골 출연자다. 》

그가 18, 20,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립오페라단이 40여 년 만에 선보이는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달란트 선장 역을 맡는다. 20일은 김일훈이 교체 출연한다. 10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늘 새롭다는 말이 진부한가요. 바그너는 다른 작곡가와 달리 오페라의 모든 대사를 직접 썼어요. 오케스트라도 반주에 그치지 않고 출연진의 감정을 연주로 표현합니다. 따라서 성악가에게 크게 의존하는 이탈리아 계열 오페라와 달리 연출가와 성악가, 오케스트라마다 다양한 버전을 만들 수 있기에 새로운 거죠.”

그의 바그너 오페라 예찬은 상당했다. 지난해 바이로이트에서 그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발퀴레’ ‘탄호이저’ 등 무려 세 작품에 출연해 4주간 16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는지 묻자 결국 ‘남이 하는 게 싫었다’는 취지의 욕심쟁이 답변을 내놓았다.

이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원작을 재해석해 시대 배경을 18세기에서 50년 전으로 바꾸고 무대도 현대화했다.

“달란트는 딸을 가난한 사냥꾼 약혼자 대신 부유한 네덜란드인 선장과 결혼시키려고 하는 아버지죠. 이전에는 노련하고 여유 만만한 캐릭터였는데 이번엔 불안하고 소심한 고래잡이 선장으로 바꿨어요. 연출가의 의도가 괜찮더라고요.”

그도 초기에는 동양인에 성악가로서는 작은 키(170cm)가 콤플렉스였고 외국의 편견도 심해 말 못할 고생을 했다. 그를 이끌어준 건 그의 목소리를 아낀 바렌보임이었다.

“한번은 일본 공연을 준비할 땐데, 저를 겨냥했는지는 모르지만 일본 제작사 관계자가 ‘이번엔 유러피언 싱어만으로 구성되길 바란다’고 하자 바렌보임은 ‘나도 유러피언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고는 저를 데려갔어요.”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이다.

그래서 그도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번에 함께 공연하는 테너 김석철(에릭 역)도 내년 바이로이트 축제에 초청됐는데 연 교수의 적극적 후원이 큰힘이 됐다.

2018년까지 그는 출연 일정이 꽉 차 있다. 다음 달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베르디의 ‘일 트레바토레’를 비롯해 런던 로열오페라, 빈 국립극장, 파리오페라, 레알 마드리드 극장 무대에 오른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는 연말 2곳에서 소중한 무대를 갖는다. 충주가 고향인 그는 12월 충주문화회관에서 독창회를 연다. 고향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 그리고 청주대 음대 은사가 있는 양로원에서도 공연한다.

“어르신들이 2시간 넘게 오페라를 본다는 건 쉽지 않기도 해서 아예 찾아가서 한국 독일 가곡 등을 부르는 공연을 마련했어요. 은사를 위한 공연은 제 베를린 음대 은사를 위해 그 집에서 공연을 가진 적이 있는데 똑같이 해드리고 싶어서요. 은사께서 귀는 좀 어두워지셨는데 아직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세요.”

세계적 명성의 성악가가 그런 무대에서 공연하면 ‘모양 빠진다’고 할 텐데.

“명성은 남이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존감이 있다면 명성은 헛된 것이죠. 남의 시선에 신경 쓸 필요가 있나요.”

1만∼15만 원. 1588-2514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연광철 교수#바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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