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규 이사장 “40년 부부합창… 화음 맞추다 보면 말다툼 오래 못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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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서울싱잉커플즈’… 창단 기념공연 여는 최동규 이사장

최동규 서울싱잉커플즈 이사장이 단원들과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최동규 서울싱잉커플즈 이사장이 단원들과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은하수 강 거언∼너 님을 만나고 그대와 길을 걸었지…지난 추억 너머 세월은 기다리니….”

10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있는 한 지하 강당. 중년 남녀 60명이 만들어낸 감미로운 화음이 강당에 한가득 울려 퍼졌다. 바로 부부합창단 ‘서울싱잉커플즈’가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아 22일 여는 기념 연주회를 연습하는 자리였다. 이 노래는 김준범 전 국립합창단 작곡가가 40주년을 기념해 헌정한 ‘내 노래의 계절, 빛을 담은 네 개의 노래’의 한 대목이다.

서울싱잉커플즈는 1975년 부부 다섯 쌍이 결성한 합창 모임으로 시작했다. 40년 만에 6배에 이르는 30쌍으로 불어났다.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그간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유관순기념관 등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일본 프랑스 독일 등 해외까지 나가 활발한 정기 공연을 해왔다.

부부끼리 모인 합창단은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 합창단 이사장 최동규 서인건축 대표(68)는 “커플이 모두 멤버가 되니 서로 긴밀해지고 정도 깊어져 합창에 그윽한 맛이 담긴다”고 말했다. 부부 사이도 좋아지는 건 덤이란다. 최 대표는 “서로 많이 위하고 챙겨주는 부부를 볼 때면 참 보기 좋다. 합창단에서 그런 부부는 모범으로 여겨지는데, 우리 부부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노래하면 부부싸움은 그야말로 ‘칼로 물 베기’로 끝난다. 최 대표 또한 이 합창단에 입단해 부인과 함께 노래한 지난 36년간 부부싸움을 해도 일주일 이상 뒤끝이 지속된 적은 없다고 했다.

“서로 말다툼을 하면 한참동안 대화를 안 해요. 그래도 매주 화요일 연습시간에는 참가했죠. 어색하게 연습장에 왔지만 노래를 한두 시간 부르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누그러져요. 서로에 대한 응어리도 서서히 녹아요. 그러니 뒤끝이 길어지려야 길어질 수가 없어요.”

서울싱잉커플즈 멤버의 직업은 회사원 기업인 의료인 법조인 교사 등 다양하다. 이 덕분에 업무와 관련해 좋은 인연도 맺을 수 있었다. 실제 최 대표가 서울 강남의 소망교회 설계를 맡게 됐던 것도 합창단원의 소개 덕분이었다. 창단 멤버 중 한 명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병원을 설계하기도 했다.

단원들의 ‘배경’이 다양한 만큼 의견 조율이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잡음은 합창을 하는 순간 사라진다. 합창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지기 때문. 최 대표는 “변호사 의사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다 해도 여기서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가장 빛이 난다”고 강조했다.

단원들은 40주년 기념 연주회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내 노래의 계절, 빛을 담은 네 개의 노래’를 비롯해 비발디의 글로리아 전곡, 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민요, 아프리카 민속음악 등 다양한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 대표는 이렇게 당부했다.

“부부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화합의 목소리를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꼭 보러 오세요.”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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