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안전 앱이 내 발등 찍을 줄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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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부인 안심귀가위해 서로 설치… 위치추적 넘어 실시간 동선 제공
남성들 “사생활 너무 노출” 한숨… 서비스 오류로 엉뚱한 오해 사기도

결혼 2년차 직장인 홍모 씨(35)는 지난달 아내와 동의하에 서로의 스마트폰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인 ‘라이프360’을 설치했다. 아내의 무사 귀가를 바라는 마음에 먼저 제안을 했지만 앱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그의 발목을 잡았다. 라이프360이 단순 실시간 위치를 넘어 이동경로까지 상세하게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 홍 씨는 “앱이 제공하는 위치 정보에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로드뷰 기능까지 더하면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기분”이라며 “지난번에는 아내 몰래 당구장에 갔다가 걸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을 한 대 더 장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인의 이야기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과거 이동통신사가 부가서비스의 일환으로 문자메시지(SMS) 등을 통해 제공하던 위치 추적 서비스는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이동경로는 물론이고 상대방의 위도, 경도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진보했다. 사용자가 지정한 속도 이상으로 상대방이 이동할 경우 실시간으로 경고하는 앱까지 나올 정도다.

애초 어린 자녀의 위치 파악 등을 목적으로 개발된 위치 추적 서비스가 부부, 연인 간에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홍 씨와 같은 의외의 ‘피해자’ 또한 속출하고 있다. 실제 10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앱 라이프360의 리뷰 게시판에는 “왜 이딴 앱을 만들어서 (상대방이) 집착하게 만드냐”는 등의 하소연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사용자는 “(서비스 오류로) 자고 있었는데 다섯 번이나 위치가 이동한 것으로 떴다”며 “여자친구가 오해해서 죽어라 싸웠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올해 6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형제 자매간 과잉보호를 다루면서 라이프360으로 동선을 파악해 동생의 첫 데이트 장소에 나타난 형 제프 필립스(46)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동생 크리스 필립스(40)는 “형이 와서 정말 좋았다”고 했지만 과연 그 진실성을 누가 믿어줄까. 프랑스에서 개발된 앱 ‘Zenly’는 이 같은 반작용에 대비해 자신의 위치 정보를 순간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숨김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가족안전#어플#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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