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현정 퇴진’ 익명 호소문 낸 10여명 입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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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서울시향 사태 명예훼손 수사… 2014년 12월 서울시 조사 부실 드러나

경찰이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53·여)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익명 호소문’ 작성에 참여한 시향 직원 10여 명의 신원을 파악해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호소문 작성 배경과 유포 경위 등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11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시향을 지키고 싶은 직원 17명 일동’이란 이름으로 박 전 대표의 성추행과 막말 의혹을 제기하고 퇴진을 요구하는 호소문이 발표됐다. 이후 “익명 호소문의 실제 작성자를 찾아 달라”는 박 전 대표의 진정에 따라 수사를 벌여온 경찰은 10여 명의 신원을 확인해 최근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에는 성추행 피해를 거짓 주장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곽모 씨(39)도 포함됐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62)의 비서 백모 씨(39·여)도 곧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 입건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허위 사실로 박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익명 호소문’ 발표 직후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3명은 “박 전 대표가 직원들에게 가한 성희롱과 지속적인 욕설과 고성 등 언어폭력이 확인됐다”며 시에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서울시 조사가 곳곳에서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직원 A 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해외출장 중이었는데 곽 씨로부터 ‘그날 박 전 대표에게 너무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자료 확인 결과 A 씨가 메시지를 받았다는 2013년 9월에 해외출장을 떠난 서울시향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회식자리에 동석했던 예술의전당 관계자 7명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대표가 서울시향 직원들과의 대질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노승현 전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박 전 대표나 시향 직원들의 증언만 종합해도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충분하다고 봤다”며 “당시 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상습적인 성희롱과 폭언은 사실로 인정됐지만 회식 때 신체접촉 등 ‘성추행’까지는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정명훈 예술감독의 재계약 여부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올해 말로 예술감독 계약이 끝난다. 최창환 서울시 정무수석은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 감독의) 재계약 여부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 “향후 수사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한 관계자는 “성추행은 입증하기 힘들어 무혐의가 돼도 욕설과 막말은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며 “도주 우려도 없는데 곽 씨의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철호 irontiger@donga.com·박훈상 기자
#서울시향#조사#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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