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나와 너의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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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후에 중국 상하이로 가는 손님을 배웅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갔다. 손님을 출국장으로 들여보내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사진기를 든 십여 명이 우르르 한 여자를 에워싸고 걸어왔다. 귀엽고 앳된 얼굴의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출국장 안으로 사라진 뒤 사진기를 든 여자에게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연예인이오.” 정황상 연예인이란 걸 누가 모를까. 그때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아이유예요”라고 귀띔해주었다.

아이유? 워낙에 연예계 소식에 깜깜하지만 인터넷상에서 그 이름을 자주 보았던 터라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검색을 해보았다. 세상에, 요즘 와글와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데 ‘누구냐’고 물었으니 아마 그 여기자가 심드렁하게 나를 바라봤음 직도 하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우연이라도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되니 관심이 간다. 그래서 아이유를 비난하는 측과 옹호하는 측의 발언을 읽어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문제의 출발이 된 그 책을 찾기 위해 나의 책꽂이를 찬찬히 훑어보기도 했다. 다시 꺼내 읽어볼 요량으로 말이다. 그래서 노이즈 마케팅일지라도 관심을 끄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말을 하나 보다.

그런데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유명인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날마다 예서 제서 날아드는 내용 없는 카톡을 보면 그렇다. “아직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다면 살가운 안부 인사라도 덧붙일 일이지 어디선가 퍼온 복사한 글만 딸랑 보낸다. 심지어 어떤 날은 각각 다른 사람에게서 동일한 글을 서너 번씩 받을 때도 있다. 검증도 되지 않은 떠도는 글보다 “잘 지내니?”라는 한마디가 훨씬 마음을 움직일 텐데 왜 그러는 걸까?

지금 스마트폰에선 글과 목소리를 얼마든지 공짜로 주고받을 수 있지만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는 없고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범람한다. 괜스레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세우고 핏대까지 세우고 나면 결국 앙금처럼 남는 허전함에 아마 내일은 더 강경하게 그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은 잠깐이고 돌멩이는 가라앉는다. 혹시 수십 군데로 영혼 없는 글을 보내고 있다면 그 수고를 하루에 한 명, 그에게 내 마음을 보내는 걸로 바꾸어 보자. 아마 금방 답장을 받게 될 것이다. “나도 네 소식이 궁금했어. 우리, 가을이 가기 전에 차 한잔 같이 할까?”

윤세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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