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委가 ‘복지 컨트롤’ 지자체 포퓰리즘 사업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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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 통합조정 기능 강화

“사회보장위원회가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이뤄나가는 복지정책의 구심점이 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복지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복지예산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갈등을 적극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보장위원회는 국무총리, 관계 부처 장관, 사회보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회복지 정책의 최고 심의기구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1년 대표발의 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에 따라 2013년 출범했다. 박 대통령이 사회보장위원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도 사회보장위원회 위원, 복지 학자, 복지 현장 종사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복지정책의 중복과 누락을 조정 통합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긴 안목에서 사회보장 체계를 점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견인차가 바로 사회보장위원회”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박 대통령의 복지 컨트롤타워 강화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보장위원회의 기능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사업을 추진할 때 기존 제도와의 유사성을 더 엄밀히 살피고, 이를 적극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사회보장위원회가 지자체들의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복지사업 신설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지하지 못한 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보장위원회는 2013년과 2014년 지자체가 도입하려고 했던 복지사업 98건 중 19건(19.4%)에 대해서만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지자체가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복지사업 10건 중 8건은 수용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지자체 복지 합리화 조치와는 다른 모습이다. 복지부는 현재 지자체가 시행 중인 복지사업 1496개가 중앙정부의 복지사업과 유사·중복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사업의 정비를 지자체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또 복지부는 신설 복지제도에 대해 지자체와 복지부의 협의가 성립되지 않거나, 지자체가 협의를 거부하고 제도를 단독으로 진행할 경우 행정자치부가 지자체에 주는 교부금을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지자체와 복지부가 협의를 해 나가는 절차를 개선하고, 제3자인 관련 기관과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 투명성을 높여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방 교부금 축소’와 ‘사회보장위원회 기능 강화’라는 강수를 둠에 따라 복지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 야당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1일 ‘복지후퇴 저지 특별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정부의 움직임을 규탄했다.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용익 의원은 “복지부가 지자체 복지사업(사업예산 9997억 원)의 정비를 추진하면서 4개월짜리 초기 수준의 연구를 근거로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며 “지자체 복지사업을 ‘유사·중복’으로 낙인찍고 복지 축소를 강행하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사회보장위원회 기능 강화 움직임으로 최근 논란을 일으킨 경기 성남시와 서울시의 ‘청년 관련 복지사업’들이 실현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도 사회보장위원회 의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이 위원회 조정 없이 선심성으로 남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성남시는 지역 청년(19∼24세)들에게 분기당 25만 원씩 지원하는 ‘청년배당 제도’를, 서울시는 저소득층에 속하는 미취업 청년 중 3000명을 취업준비 활동계획서를 통해 선발해 월 50만 원씩(최고 6개월) 지원하는 ‘청년수당제도’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한편 복지부는 중앙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복지제도의 체감도도 재점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6월 신설된 사회보장평가과를 통해 기초생활보장제, 기초연금 등 300개 정부 주도 복지제도를 21개 군으로 분류해 효과성, 국민 체감도 등을 점검하고 중장기 재정 추계를 실시할 예정이다.

유근형 noel@donga.com·이세형·박민혁 기자
#사회보장#복지#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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