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톡의 끼워팔기 의혹 정밀검증… 위법땐 직권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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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불공정거래 여부 검토 착수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카카오의 ‘끼워 팔기’ 행위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 작업에 착수했다.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관련 시장을 90% 이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톡 프로그램 안에 카카오택시, 뱅크월렛카카오, 다음지도 등 자사 애플리케이션(앱)만 노출해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1일 “카카오가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는지와 함께 카카오톡을 이용한 사업 확대가 끼워 팔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모바일상품권, 대리운전, 콜택시 등 각종 사업영역에서 카카오톡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제한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정위는 정밀 모니터링을 통해 카카오의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직권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최근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을 개정해 끼워 팔기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마친 상태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부분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특정 콘텐츠나 업체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플랫폼 중립성’을 카카오가 위반했는지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카카오톡 앱을 실행한 뒤 ‘더 보기’ 기능을 누르면 카카오택시, 뱅크월렛카카오 등 카카오가 직접 만든 앱이 곧바로 떠 한 번만 터치하면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가 있기 때문에 자사의 앱이 경쟁사 앱보다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나 편리성과 관계없이 카카오의 영업행태가 경쟁을 제한할 경우 끼워 팔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2005년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자사의 OS인 윈도에 메신저, 윈도미디어플레이어 등을 끼워 판 것이 독점력을 이용한 ‘결합 판매’라고 결론짓고 3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MS 측은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해 소비자의 편의를 높였다”고 항변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MS가 윈도의 독점력을 이용해 자사의 응용 프로그램 공급을 확대해 경쟁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했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봤던 것이다. 공정위는 “기술 융합이 ICT업계의 추세라고 해도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경쟁 제한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포털 시장의 강자인 네이버도 서비스 끼워 팔기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네이버가 포털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검색 결과를 제공할 때 부동산, 도서, 음악 등 자사가 운영하는 유료 전문서비스를 검색화면 맨 위에 노출한 점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2013년 5월 네이버의 이런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보고 직권조사에 나섰다.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라는 안내 문구를 표기하고 경쟁 사업자의 외부 링크를 제공하는 쪽으로 시정 방안을 마련해 공정위로부터 동의의결(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하면 공정위는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 처리를 받았다.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들어갈 경우 카카오의 대응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MS처럼 공정위의 조사에 반발해 소송전을 벌이기보다 네이버처럼 논란이 되는 부분을 자체 개선하는 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공식 조사가 시작되면 내용을 상세히 살펴본 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이미 제소된 카카오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에서 속도를 낼 계획이다. SK플래닛은 지난해 7월 카카오의 모바일 쿠폰 직접 판매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라며 공정위에 제소한 바 있다. 또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등 모바일상품권의 이용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직권조사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점 남용이 현실화되고 난 뒤에 처벌해봐야 시장 상황을 원상 복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쟁 사업자가 아닌 시장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카카오의 행위가 불공정한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철중 /서동일 기자
#공정위#카카오#직권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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