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대선토론 와이파이 패스워드는 ‘스톱 힐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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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대세론 부활에 바짝 긴장

“후보들의 막말 공세가 주류였던 공화당 대선 레이스가 이제 제정신을 차린 것 같다.”

10일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진행된 공화당 대선 경선 4차 TV토론 뒤 워싱턴포스트는 이렇게 평가했다. 인신공격보다는 불법 이민자 문제, 군사비 증액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다는 것. 토론회 직전까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서로를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슨은 비난을 자제했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지율 급상승 중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향한 공격 대신 자신의 정책을 알리려 애썼다.

이유는 대세론을 다시 형성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경각심 때문으로 분석된다. 토론주자들은 이날 “대선에서 힐러리를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힐러리를 이길 적임자”라고 입을 모았다. 공화당은 이날 토론회가 열린 밀워키극장 내 무선인터넷용 비밀번호도 ‘StopHillary(힐러리 멈춰)’로 설정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 대책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은 법치국가다. 1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는 되돌려 보내야 한다. 내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책임지고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시 전 주지사는 “클린턴 진영에서 트럼프 말을 들으면 (히스패닉 표를 모을 수 있어)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할 것”이라며 “제발 현실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카슨은 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최근 제기된 청소년기를 과장되게 포장했다는 의혹에 대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정직한 사람이란 것을 안다”며 일축했다.

미 언론은 이날 토론회의 실질적인 주제는 ‘클린턴’이었다며 트럼프와 루비오가 비교적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카슨의 선두 체제하에 루비오가 뒤를 잇는 형국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트럼프, 카슨에 대해 11일부터 공식 경호를 시작했다. 경호 요원들의 무선통신 코드명으로 트럼프는 ‘모굴(Mogul·재벌이란 뜻)’, 카슨은 ‘엘리(Eli)’를 선택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한 코드명을, 카슨은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 사무엘을 키운 제사장을 일컫는 표현을 통해 영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골랐다고 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힐러리#공화당#미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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