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하나로 채운 호텔방, 유럽이 반한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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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15]
르네 마보안 교수-CEO들이 말하는 ‘블루오션 전략’

르네 마보안 교수
르네 마보안 교수
《 ‘블루오션’은 이제 ‘경쟁 없는 신시장’을 뜻하는 일반 명사로 통한다. 2005년 출간된 ‘블루오션 전략’이 전 세계 350만 권, 국내에서만 42만 권이나 팔리며 크게 인기를 모은 덕분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저자인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는 경영학 거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블루오션 전략을 실전에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마보안 교수는 12월 2, 3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5’에 참석하면서 블루오션 전략을 실제 활용해 성공한 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동해 토론을 벌인다.》

유럽에서 ‘중저가 럭셔리’라는 새로운 호텔 시장을 개척한 시티즌M 호텔의 마이클 레비 CEO, 그리고 호주 최대 보험사인 선코프의 패트릭 스노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두 경영자는 마보안 교수의 기조 강연 후 집중적인 토론을 하고 청중들의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포럼에 앞서 이들의 블루오션 전략 적용 사례를 소개한다.

○ 숨겨진 고객 욕구를 파악한 시티즌M 호텔

시티즌M 호텔은 200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자 마이클 레비는 블루오션 전략을 도입해 전통적인 호텔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젊은층의 요구를 파악했다. 우선 그는 호텔에 도착하는 숙박객 대부분이 지친 상태이며 1분이라도 빨리 방에 들어가서 쉬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래서 시티즌M 호텔에선 고객이 직접 무인기기에서 카드키를 뽑아가도록 해 대기시간을 없앴다. 응대하는 직원이 필요 없으니 인건비도 줄었다.

또 상당수 이용객이 객실에서 씻고, TV를 보고, 수면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점도 파악했다. 그래서 침대 하나가 꽉 차도록 방을 작게 만들어 비용을 줄였다. 그 대신 큰 침대와 고급 매트리스를 썼다. 샤워기도 비싼 제품을 구비했다. 무선인터넷과 최신 영화를 무료로 제공해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 호텔 로비를 응접실처럼 편안하게 만들어서 투숙객이 좁은 방안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부담 없이 나와서 쉴 수 있도록 유도했다.

침대 하나로 거의 꽉 차는 시티즌M 호텔 객실.사진 출처 시티즌M 유튜브 소개 영상
침대 하나로 거의 꽉 차는 시티즌M 호텔 객실.사진 출처 시티즌M 유튜브 소개 영상


이렇게 객실 크기와 인건비를 줄이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추고도 숙박비를 중가 호텔급(15만 원 안팎)으로 낮출 수 있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몰렸고 현재는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호텔업에서는 방이 넓을수록, 직원들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바람직하다고 여겼지만 시티즌M은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마보안 교수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서비스라도 과감하게 축소하거나 제거한 게 성공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 블루오션 전략을 직원 관리에 적용한 선코프

선코프는 1996년 세 개의 금융회사가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이후 크고 작은 경쟁사들을 합병해 직원 수를 1만6000명 이상으로 불렸다. 2008년 취임한 스노볼 CEO는 회사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관리자들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블루오션 전략을 조직 관리에 응용한 ‘블루오션 리더십’ 이론을 도입했다.

블루오션 전략이 고객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하듯, 블루오션 리더십 전략은 내부고객, 즉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한다. 스노볼 CEO는 전 관리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그들의 상사와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360도 피드백’을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관리자들에게 꼭 필요한 일만 선별해 이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관리자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하자 업무 효율성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일반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스노볼은 재임 기간 주가를 약 70%나 끌어올려 주주들의 찬사를 받았다.

마보안 교수는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듯 직원의 잠재된 욕망을 파악하는 블루오션 리더십을 활용하면 시간과 노력을 적게 들이면서 종업원들의 만족도와 업무 몰입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호텔#유럽#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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