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비로 지연된 도미니카전, 몸도 못 풀고 플레이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5시 45분


한화 이용규-두산 김현수(오른쪽). 스포츠동아DB
한화 이용규-두산 김현수(오른쪽). 스포츠동아DB
이용규 급체·김현수 유니폼 소동 ‘어수선’

얄궂은 비 때문일까. 경기 전부터 어수선했다. 앞 경기가 늦게 끝난 탓에 선수들은 차디찬 복도 바닥에서 몸을 풀었다. 경기 시작시간이 2차례, 라인업은 3차례나 바뀌었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조별예선이 열린 11일 대만 타오위안구장. 낮 12시(현지시간)에 시작된 베네수엘라-미국전이 1회말 비로 중단되면서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2시간 가까이 지연되면서 오후 6시로 예정된 한국-도미니카공화국전이 지장을 받았다.

대표팀은 일단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4시 숙소를 나섰다. 오후 5시 구장에 도착했지만, 베네수엘라-미국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선수단은 라커룸에 짐을 풀지도 못하고, 복도에 장비가방을 늘어놓았다. 문제는 몸을 풀 공간이었다. 덕아웃 뒤 복도 바닥에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대표선수들은 “어렸을 때 동대문구장 생각이 난다”, “옛날 목동구장 같다”고 하소연했다. 아마추어 경기가 연달아 열릴 때, 복도에서 힘겹게 몸을 풀던 학창 시절을 떠올린 것이다.

대회 규정상 다음 경기까지 남은 시간이 40분 미만일 경우, 타격훈련을 건너뛰게 돼있다. 선수들은 실내훈련장에서 방망이를 돌렸다. 더 큰 문제는 투수들이었다. 이날 선발 장원준(두산)은 경기 전 몸을 푸는 루틴을 지킬 수 없어 당황스러워했다.

오후 5시41분, 베네수엘라의 승리로 앞 경기가 끝났다. 경기 시작시간을 두고, 또다시 혼선이 빚어졌다. 당초 5시45분 이전 경기가 끝나면 6시30분 개시, 5시45분을 넘기면 7시에 경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경기시간이 6시50분으로 변경됐다. 선수들은 우왕좌왕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6시50분으로 통보한 이는 현장의 기술위원이었다. 초대대회에서 처음 발생한 우천 지연으로 주최측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팀을 당황시킨 사건은 또 있었다. 간판타자 김현수(두산)가 유니폼 대신 원정유니폼과 똑같은 색깔의 파란색 훈련복을 챙겨온 것이다. 김현수는 투수 이태양(NC)의 유니폼을 빌려 입었다가 경기 때는 등번호 90번이 박힌 선동열 투수코치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섰다.

경기 전 라인업도 갑자기 바뀌었다. 경기 90분 전까지 제출하는 예비 라인업에는 1번 이용규-2번 정근우(이상 한화)의 이름이 적혔는데, 이용규가 급체 증상을 호소하면서 1번 정근우-2번 민병헌(두산)으로 최종 라인업이 변경됐다. 또 김현수의 등번호 문제로 3번째 오더지가 나왔다.

2번 중견수로 첫 선발출장 기회를 잡은 민병헌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졌다. 상대 선발 루이스 페레스의 초구가 민병헌의 왼 발등을 강타했다. 민병헌이 벤치로 물러나고, 이용규가 대주자로 나가야 했다. KBO 관계자는 “트레이너 소견으로는 단순 타박상으로 보인다. 아이싱으로 응급처치를 했다”고 밝혔다.

타오위안(대만)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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