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만 경기…현대캐피탈 ‘황당한 실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5시 45분


현대캐피탈은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전 2세트 도중 리베로를 넣지 않고 5명으로 플레이를 속행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받지 않아도 될 벌점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항의하지 않고 수용하는 2번째 실수를 범했다.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은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전 2세트 도중 리베로를 넣지 않고 5명으로 플레이를 속행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받지 않아도 될 벌점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항의하지 않고 수용하는 2번째 실수를 범했다. 스포츠동아DB
배구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양 팀 6명의 선수가 공격을 주고받는 경기다. 그런데 만약 6명 대신 7명이나 5명이 투입돼 경기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황당한 상황이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2라운드 우리카드-현대캐피탈전 2세트에서 발생했다. 우리카드가 10-9로 앞선 상황. 서브권을 쥔 현대캐피탈 오레올의 스파이크 서브로 플레이가 진행됐다. 우리카드의 공격을 받아낸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공격 성공으로 10-10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랠리가 진행되는 순간 현대캐피탈 코트에는 5명의 선수밖에 없었다. 리베로가 들어가지 않은 채 경기가 진행된 것이다. 주심과 부심은 랠리가 종료될 때까지 몰랐다. 기록원만이 상황을 알아차렸지만, 쉽게 경기를 중단하지 못했다. 심판의 역할 분담에 따르면, 모든 플레이가 벌어지기 전에 주심과 부심은 서비스를 넣을 팀과 리시브를 할 팀을 각각 나눠 선수들이 제대로 코트에 있는지 확인한다. 기본적인 일이지만 6명이 코트에 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경기 내내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 루틴의 중요성은 여기서 드러난다. 기본을 소홀히 한 결과 이처럼 상상도 못한 일이 빚어졌다.

이 경우 국제배구연맹(FIVB)의 규칙에 따르면 3가지 룰을 적용할 수 있다.

첫 번째, 플레이 발생 전에 심판이 코트에 6명이 아닌 선수가 투입된 것을 알았을 경우. 심판은 플레이가 벌어지기 전에 해당팀에 선수를 6명으로 조종하라고 지시하고, 경기지연의 책임을 물어 제재할 수 있다. ‘딜레이 워닝’ 또는 ‘딜레이 페널티’를 해당팀이 받는다.

두 번째, 주심이 휘슬을 불기 전에 6명이었는데 선수가 갑자기 나가거나 들어왔을 경우다. 서브가 들어간 뒤라면 해당팀에는 ‘로테이션 폴트’가 선언되고 상대팀에 1점을 준다.

세 번째, 심판이 6명이 아닌 상황을 전혀 모른 채 경기가 진행되다가 나중에야 알았다면 그 순간 노카운트를 선언하고 리플레이를 하면 된다. 해당팀에 대한 제재는 없다. 심판에게는 서브와 리시브 팀의 준비상황을 철저히 확인하지 않은 귀책사유가 발생한다.

10일 경우는 세 번째 사례였다. 노카운트를 선언하고 경기를 재개하는 것이 맞지만, 이날은 규정을 잘못 적용했다. 2번째 사례를 적용해 서비스 로테이션 폴트를 줬다. 우리카드에 서브를 넘겨주고 1점을 준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세트나 경기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순간이 아니었기에 더 이상 문제는 커지지 않았지만, 현대캐피탈 벤치의 대응도 아쉬웠다.

현재 V리그에는 ‘재심요청’이라는 훌륭한 제도가 있다. 심판이 규칙이나 규정을 잘못 적용하거나 포지션 폴트, 기록원의 기록 또는 전광판의 표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팀 감독이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감독관은 이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받아줘야 한다.

현대캐피탈이 다음 플레이가 벌어지기 전에 “지금 상황은 노카운트고 우리 서브”라고 주장했다면 판정이 바뀔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넘어갔다. 그만큼 경기가 치열해 냉정하게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경기 뒤 현대캐피탈은 공식 기록지에 사인을 할 때 리마크란에 이 상황을 언급하려다가 그만뒀다. 이미 진 경기를 가지고 왈가왈부해서 심판에 부담을 주기 싫었고 2세트는 현대캐피탈이 이겼기 때문에 최태웅 감독은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2세트 8-9로 뒤진 상황에서 서브 로테이션 폴트로 1점을 내줬다. 오레올의 공격 성공으로 서브권을 잡은 뒤 이승원이 서브를 넣자 즉시 부저가 울렸다. 바로 앞 상황에서 6번 자리의 윤봉우가 서브를 넣었기 때문에 다음 서브는 1번 자리 문성민의 차례였는데, 4번 자리의 이승원이 서브를 넣어 폴트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 1번 자리에 이승원을 넣었고, 이것이 팀의 기본 포메이션이라 이승원이 착각한 듯했다.

야구의 타순처럼 배구도 1~6번 자리에 들어간 선수가 순서대로 서브를 넣어야 한다. 이처럼 서브 순서가 잘못되면 야구의 부정위타자처럼 로테이션 폴트가 된다.

선수가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은 채 경기가 진행되는 것은 포지션 폴트다. 포지션 폴트가 발생하면 그 순간부터 잘못을 저지른 팀의 득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심판이나 상대팀에서 이를 알지 못하고 세트가 끝나면 그만이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잘못은 잘못이 아니다(Nobody Knows Fault is Not Fault)”는 배구 격언이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