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창업자 키우는 ‘技保 재기지원’ 노크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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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사업자라도 기술-아이디어 있으면…

“한 번의 사업 실패로 은행 거래가 막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전남 장성군에서 무말랭이, 다시마 등 농수산물 가공용 건조기를 만드는 ㈜혜경의 유경윤 대표(47)는 ‘오뚝이’다. 사업 실패 후 가족들과도 뿔뿔이 흩어져 지내야 했지만, 지금은 재기에 성공해 연 매출 21억 원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에서는 웬만해선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 번 실패하면 금융권에서 도움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기술과 경험이 있다 해도 돈줄이 막히니 사업을 계속하기가 어렵다. 기술보증기금(기보)은 이처럼 한 번 실패한 중소기업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기존 은행 빚에 대해 보증을 서주고, 신규보증도 해주는 재기지원보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 대표 역시 기보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10년간 냉난방기 전문업체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은 유 대표는 2003년 회사를 세웠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만 갖고 창업했지만 사업의 세계는 냉정했다. 유 대표는 “제품만 잘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금 흐름 등 재무 상태를 챙기지 못해 실패했다”고 말했다. 물건을 팔고도 외상값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회사는 문을 닫고 말았다. 사업을 다시 일으켜보려 했지만 금융 거래가 막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은행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 돈을 빌려 달라고 했지만, 연체 기록이 있어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재기를 포기하려 했던 유 대표는 마지막으로 기보에 재기지원보증을 신청했다. 기보는 회사의 기술력과 사업성을 높게 평가했고, 2013년 5월 유 대표가 은행에 지고 있는 빚 3000만 원에 대해서도 보증(회생지원보증)을 제공하는 동시에 1억 원의 신규자금도 보증을 서줬다. 기보가 보증을 서주자 은행들도 다시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온도와 습도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건조기 기술로 특허기술가치평가보증을 받아 2억3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지난해 6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1억 원 상당의 계약을 따냈다.

기보는 ‘재도전 기업주 재기지원보증’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주관하는 ‘재창업 재기지원보증’ 등의 제도를 통해 재도전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보는 두 제도를 통해 실패한 중소기업이 기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새로 사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신규보증 지원을 해준다.

재기지원보증을 받는 업체는 매년 늘고 있다. 2012년 총 71개 업체가 117억60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올해는 9월 말 현재 총 101개 업체가 134억8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대부분의 업체가 성실하게 돈을 갚고 있어 대출이자를 못 갚는 경우는 5.7%에 불과했다. 김한철 기보 이사장은 “실패했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성실한 실패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재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오뚝이#창업자#기술보증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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