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등유 배달하는 파란눈 사장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의 한국사랑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오모 할머니의 집을 찾아 보일러에 난방용 등유를 채우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오모 할머니의 집을 찾아 보일러에 난방용 등유를 채우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기초생활수급자인 오모 할머니(81)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옥탑방에서 홀로 살고 있다. 매월 49만 원의 정부보조금 중 월세로 나가는 돈만 20만 원. 외풍이 심한 옥탑방이지만 난로를 켜 본 적이 없다. 난방용 등유가 워낙 비싸서다. 전기장판에만 의지해 겨울을 나다 보니 할머니는 늘 감기를 달고 산다.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이 11일 오 할머니를 찾았다. 난방용 등유를 직접 들고서였다. 마하셔 사장은 이날 ‘호프 투 유(油)’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저소득가정 난방용 등유 지원금 2억 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전국의 조손가정 및 홀몸노인 200가정에 100만 원씩의 주유상품권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전달식 후 마하셔 사장이 주유원복을 갖춰 입고 수혜 가정인 오 할머니 댁을 방문한 것이다.

그는 “할머니를 만나니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며 “올해뿐만 아니라 평생 난방용 등유를 제공해 드리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다.

에쓰오일은 5년 전부터 전국 300여 개 주유소 운영자들과 각 지역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주유소 나눔 N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올해부터는 호프 투 유 캠페인으로 이름을 바꾸고 수혜 대상도 복지시설과 저소득 가정으로 확대했다. 마하셔 사장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추운 겨울을 난방 없이 보내는 이웃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면서 “당사 제품인 등유를 꼭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마하셔 사장은 회사 사회공헌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면서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에쓰오일 임직원 사회봉사단 100여 명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개미마을을 찾아 저소득가정과 홀몸노인 가정에 연탄 5만 장을 직접 배달했다.

한국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알려진 마하셔 사장은 한국의 명절도 꼭 챙기며 봉사활동을 한다. 추석연휴 전날인 9월 25일 그는 임직원 100여 명과 함께 서울 마포구의 이대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송편을 빚은 뒤 식료품, 생필품 등과 함께 포장해 저소득가정 800가구에 선물했다. 이날 행사에는 마하셔 사장의 고향인 사우디아라비아 유학생 20여 명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설 명절 직전인 2월 11일에는 영등포구 광야교회 노숙자 무료 급식센터에서 ‘설날맞이 사랑의 떡국나누기’ 봉사활동도 펼쳤다.

에쓰오일은 다음 달 ‘올해의 영웅 소방관’과 ‘올해의 시민영웅’ 시상식을 연다. 두 상은 각각 2006년과 2008년에 만들어졌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소방관 8명에게 9000만 원, 시민영웅 16명에게는 1억4000만 원의 격려금을 각각 지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마하셔 사장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임에도 한국 사회에 대한 책임감만큼은 어떤 국내 경영자 못지않다”며 “그의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은 국내에서 기부와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면서 자기 배만 불려온 해외 명품 업체들과 대비되면서 에쓰오일의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연탄#등유#에쓰오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