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념일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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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1월 11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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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무슨 날이 아닌 경우가 드물다. 특정한 날의 지정은 무언가를 기억하고, 기념하자는 의미에서 그 본래의 취지는 좋다고 본다. 때로는 상술을 위한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11월11일이다. 무슨 날이냐고 묻는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뻬빼로 데이’ 혹은 ‘가래떡 데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법정기념일로 따지면 ‘농업인의 날’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농업인의 날’로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같다.

사실 우리가 챙기는 많은 날들은 상술을 바탕으로 물 건너 온 것들이 적지 않다.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 ‘할로윈 데이’ 등은 기억해도 우리나라의 국경일과 법정기념일이 얼마나 되는지 자문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오질 않을 것이다.

필자도 과문한 탓에 찾아봤다. 행정자치부의 답변은 이렇다. 우리나라에는 삼일절(3.1)과 제헌절(7.17), 광복절(8.15), 개천절(10.3), 그리고 한글날(10.9) 등 다섯 개의 국경일이 있고,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법정기념일은 46종, 이외에도 개별 법령으로 지정된 기념일도 28종이 더 있다.

국경일과 기념일을 모두 합치면 79종이나 된다. 거의 나흘에 한 번 꼴이다. 여기에 글로벌 추세에 따른다고, 다른 나라의 축제와 기념일도 챙기고, 개인과 가정의 대?소사를 보탠다면 거의 매일 기념일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간혹 탄생 배경이 아리송한 날들이 상술로 왜곡되고 있다는 비난도 받지만, ‘데이 마케팅’을 통해 관련업계가 특수를 누리는 부수 효과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무엇이든 잘 분별해서 사용하면 천하를 얻을 것이고, 과도하면 인심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기념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전적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는 지혜가 요구된다.

일례로 중국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천묘(天猫?하늘고양이)는 지난해 11월11일 하루 매출 10조 원을 올려 화제가 됐었다. 이날은 중국에서 광곤절이라 부르는 날로, 우리로 얘기하면 독신자의 날이다. 이들을 겨냥한 할인 마케팅으로 대박을 친 것이다. 알리바바는 올해도 물건 배송을 위해 140만명의 알리바바 배송맨, 40만대의 택배트럭, 그리고 200대의 화물항공기를 준비했다고 한다.

또 며칠 전 미국의 할로윈 축제 때, 미국의 소비자들은 69억 달러(한하 7조9000억 원)를 소비한 것으로 전미소비자협회(NRF)는 추정했다. 이처럼 특정 기념일은 관련업계 종사자들을 미소 짓게 만들기도 한다.

이참에 되물어 본다. 그렇게 많은 기념일이 있는데, 왜 ‘반려동물의 날’은 없을까하고 말이다. 물론 ‘세계 동물의 날’인 10월4일을 활용해 다양한 마당을 꾸며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어떤 날이든 문제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대략 1천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뜻을 함께한다면 ‘반려동물의 날’도 지정해 볼 만한 일이다.

이날을 통해 동물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되새겨 보고, 동물의 유기와 학대행위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날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함께 정보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날이란 의미도 담아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반려동물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데이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기회도 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머지않아 ‘반려동물의 날’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하면서 다함께 뜻을 모아보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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