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금세 취하는 毒酒는 그만! 부드럽고 달콤하게 즐겨요

저도주의 매력 속으로

옷이나 신발이 그 시대의 유행을 따르듯 술도 유행이 있다. 위스키, 와인, 막걸리 등이 한때의 유행을 선도했다면 최근에는 주종에 관계없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저도주 열풍은 여성 음주 인구의 증가, 폭탄주로 대변되는 한국의 회식 문화에 대한 저항에 힘입어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주류 업체에서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잇따라 저도주를 내놓고 있다.

언제나 가볍게 한 잔

레디 투 드링크(RTD). 즉 마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으로 언제 어디서나 따로 만들지 않아도 캔이나 파우치 등에 담아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음료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요즘에는 이러한 RTD 주류가 저도주 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와인이나 보드카를 주원료로 각종 향과 탄산수 등을 섞어 도수는 낮고 달콤한 맛이 살아 있어 주말에 피크닉을 가거나 야외에서 가볍게 마시기 좋다.

대표적인 RTD 주류인 와인크루저. 특유의 색깔과 청량감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RTD 주류 중 는 화이트와인과 브랜디를 기본으로 탄산수 등을 섞었다. 와인의 맛과 향뿐 아니라 탄산수의 톡 쏘는 청량감이 살아있어 도수 낮은 칵테일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또 와인크루저 특유의 색상과 낮은 도수(알코올 도수 5도)로 여성들에게도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

부라더 소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식당에서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보해의 도 화이트 와인을 기본으로 만든 RTD 주류다. 부라더 소다는 혀끝으로 느껴지는 탄산의 톡 쏘는 느낌과 어릴 적 즐겨 먹었던 소다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도 3도로 낮아 일부 사람들은 소다 음료인줄 알고 먹었다는 후문이다.

와인과 위스키도 부드럽고 약하게

로즈마운트 오

위와 같은 RTD 주류들의 기본 재료가 된 와인의 도수는 어떨까. 기본적으로 알코올 도수13∼14도인 와인도 최근에는 도수가 낮아지고 있다. 호주의 스파클링 와인인 ‘’는 6.5도의 낮은 알코올 도수로 저도주 열풍을 타고 올해만 무려 185%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로즈마운트 오는 달콤한 맛이 특징인 모스카토 품종으로 약간의 기포까지 함유돼 있어 입 안에 상쾌함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500만 병 판매 기록을 세운 ‘빌라엠(Villa M)’도 알코올 도수 5도의 저도수 와인 대표 주자로 1997년 국내 시장에 출시한 이래 국내 모스카토 와인 및 저도주 와인 열풍을 이끌고 있다.

모스카토 와인인 빌라엠. 알코올도수 5도로 지난해에만 500만 병가까이 팔렸다.

지속적인 저도주 와인 시장의 증가로 인해 최근에는 야외 등지에서 더욱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팩 형태의 와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럽 및 남미에서는 이전부터 병 와인과는 별도로 가격이 저렴하고 휴대가 편리한 팩 와인이 널리 보급돼왔다. 칠레나 아르헨티나 등 와인을 생활 음료로 가볍게 즐기는 남미 국가들에서는 팩 와인의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를 정도다. 와인펀치 혹은 와인쿨러라고 불리는 상그리아는 레드와인 또는 화이트 와인에 다양한 과일과 얼음을 넣고 섞어 시원하게 마시는 스페인의 대중적인 저알콜 와인 음료다. 는 알코올 도수가 4.5도로 달콤한 과일 맛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팩 형태로 휴대성이 좋아 언제 어디서나 주스처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니토 상그리아

와인 업계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제품을 만들던 위스키 업계에도 알코올 도수 낮추기 운동이 일고 있다. 저도주를 마시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 예전에 비해 위스키를 찾는 인구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스피릿 드링크인 ‘’을 내놓았다.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되지 않고 첨가물이 있는 위스키를 현 주류 분류 기준에 따라 기타 제재주로 분류하는데 스피릿 드링크가 대표적이다. 에끌라는 여성의 과일이라 불리는 석류향을 넣고 병 모양도 여성들에게 호감이 갈 수 있도록 향수병을 형상화했다. 알코올 도수는 31도로 기존 위스키(40도)에 비해 10도 가까이 도수를 낮췄다.

윈저 W 레어

디아지오도 올해에만 2차례 저도수 양주를 선보이며 저도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올 초 ‘윈저 W 아이스(알코올 도수 35도)’를 시장에 내놓은 디아지오는 최근 ‘’를 출시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아지오의 신제품은 윈저 원액 숙성통 가운데 상위 0.5% 최상급 통만 엄선했고 스카치 위스키 원액에 천연 대추 추출물, 참나무 향 등을 더해 풍미를 한층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저도주 시장이 뜨거운 한국을 겨냥해 글로벌 업체에서 한국에만 내놓은 특화 상품이기도 하다.

막걸리도 상큼하게

아이싱

저도수 열풍은 전통주인 막걸리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소설가 이문열 씨의 작품 ‘젊은 날의 초상’을 보면 대학생인 주인공이 학교 앞 허름한 술집에서 싸구려 안주와 함께 막걸리를 들이켜는 장면이 나온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막걸리는 가난한 대학생들의 술이자 다른 술에 비해 질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국순당의 저도수 막걸리인 ‘아이싱’은 막걸리 특유의 탁한 맛을 없애고 깔끔한 유자 맛을 넣어 풍미를 더했다. 게다가 간편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플라스틱 병이 아닌 캔에 막걸리를 담았다. 알코올 도수도 기존 막걸리에 비해 낮은 4도다.

아이싱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2015 국제 동부와인 품평회’에서 더블골드(Double gold), 베스트 오브 클래스(Best of class), 베스트 오브 쇼(Best of show)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또 중국에서는 ‘아이스 유자 막걸리(氷柚瑪克麗)’란 브랜드로 수출되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은 중국어로 애정(愛情)을 뜻하는 ‘아이칭’과 발음이 비슷하여 젊은층에서는 ‘애정주(愛情酒)’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류 열풍과 더불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