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천주교 순례길… 올레길… 제주 ‘도보여행 길’ 전성시대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서귀포 ‘정난주길’ 14일 개장식, 기독교-불교계도 순례길 조성 나서
둘레길 등 100개 코스 넘어 부작용… 코스 표시 등 체계적인 관리 필요

국내 걷기 열풍을 선도한 제주올레 등장 이후 제주지역에 민간단체 등이 주도한 걷는 길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 파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걷는 길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국내 걷기 열풍을 선도한 제주올레 등장 이후 제주지역에 민간단체 등이 주도한 걷는 길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 파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걷는 길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천주교순례길위원회는 1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에 있는 정난주 마리아 묘에서 ‘정난주길(빛의 길)’ 개장식을 연다. 13.8km인 정난주길은 1801년 신유박해로 유배된 후 온갖 시련을 신앙으로 이겨낸 정난주 마리아를 기리는 코스다. 제주지역 천주교 순례길은 모두 6개 코스로 2012년 9월 ‘김대건길(빛의 길)’을 시작으로 이번 정난주길까지 모두 4개 코스가 확정됐다.

길을 조성하는 종교계는 천주교뿐이 아니다. 기독교, 불교계도 순례길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제주지역의 도보여행 길은 2007년 9월 제주올레 1코스가 만들어진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사단법인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길을 내다가 최근엔 지역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길을 만들고 있다. 동네 주변 오름(작은 화산체)을 오가는 산책로에서 확대해 숲과 역사 현장을 잇는 탐방로로 발전하기도 한다.

○ 도보여행 길 전성시대

국내 걷기 열풍을 주도한 제주올레는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정규코스 21개와 산간, 섬 등을 걸어서 여행하는 5개 부속 코스 등 모두 26개 코스, 425km로 구성됐다. 2012년 정규 마지막 코스가 확정되는 동안 제주지역에서는 새로운 길이 속속 만들어졌다. 제주시 애월읍 곽금8경, 제주시 오라동 오라올레, 숲을 주제로 한 사려니숲길, 절물휴양림 장생의 숲길, 삼다수숲길이 나왔다.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용암 암괴에 형성된 숲) 곳곳을 돌아다니는 길도 만들어졌다.

단순한 탐방로에서 진화해 이야기가 있는 길도 등장했다. 유배문화를 찾아가는 길, 화산활동을 체험하는 지질트레일, 용천수 이야기가 담긴 산물여행길 등이 있다. 총연장 80km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라산둘레길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현재 행정기관과 단체 등이 파악하고 있는 걷는 길은 대략 27개, 64개 코스에 이른다.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길까지 포함하면 100개 코스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체계적인 길 관리 필요


도보여행 길이 다양해지면서 탐방객들은 자신의 걷기 능력이나 기호에 맞춰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무 등을 베어내고 코스를 표시하는 리본 등을 어지럽게 달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탐방객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 난개발 등이 발생해 올레 10코스에 자연휴식년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쓰레기 투기로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하고 일부 코스는 탐방객이 없어 유명무실하기도 하다.

길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주체들이 행정기관, 종교계, 마을회 등으로 제각각이다. 행정기관에서도 여러 부서가 각자 맡은 길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주도의회에서는 걷는 길을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4월 ‘제주 걷는 길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제동이 걸렸다. 걷는 길 규정이 애매하고 관리 주체를 민간단체로 지정한 조례안이 보행자길, 숲길, 도로 등에 대한 관리 주체를 행정청으로 규정한 현행 법령과 상충됐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위성곤 의원은 “일부 걷는 길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제주의 자연, 인문 등의 속살을 체험할 수 있도록 걷는 길에 대한 정비, 관리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