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화성에 혼자 있다면, 지구와 어떻게 통신 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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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이는 가족과 함께 얼마 전 영화 ‘마션’을 관람했다. 마션은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과 노력을 담은 같은 제목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온 서영이는 와트니가 화성에서 식량을 조달한 방법이나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우주선과 만나는 장면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영화에 심취되어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그런데 잘 풀리지 않았던 의문 중 하나가 지구와 교신하기 위해 과거에 버려졌던 무인 화성 탐사선을 찾아 통신하던 장면인데, 여기에 와트니가 자신의 말을 전달하기 위해 택한 문자코드와 그것을 사용한 방법이었다.

서영: 엄마 와트니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통신하면서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말을 전달하려고 사용한 ‘아스키코드’라는 게 뭐예요?

엄마: 응, 그거? 통신기에 달린 카메라로는 와트니가 NASA에 자기가 쓴 메시지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NASA의 응답을 들을 수는 없지 않니?

서영: 네, 그러네요. 영상을 송신할 수 있는 카메라만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엄마: 그래서 서로 통할 수 있는 약속을 찾는 거지. 그게 ‘아스키코드’였어. 아스키코드는 알파벳과 숫자, 특수문자 등 128개의 문자를 숫자에 대응시킨 일종의 부호란다.

서영:
그런데 왜 와트니는 영화에서 0∼9와 A∼F까지의 카드만 사용했나요?

엄마: 그럼 문자의 부호화와 진법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꾸나.

○ 문자의 부호화

문자나 기호들의 집합을 컴퓨터에서 저장하거나 통신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부호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를 ‘문자 인코딩’ 또는 ‘부호화’라 하며 부호화된 문자를 복원하는 것을 ‘복호화’라고 합니다. 또 복호화하여 본래의 문자나 기호를 뜻하게 되는 부호를 ‘문자코드’ 또는 ‘문자부호’라고 합니다.

문자 인코딩의 대표적인 예로 전기 스위치를 길게 또는 짧게 두드려서 알파벳을 나타내는 ‘모스 부호’와 알파벳, 숫자, 특수문자 등을 0과 1로 표현하는 방법인 ‘아스키(ASCII)’가 있습니다. 아스키(ASCII)는 ‘미국정보교환표준부호(American Standard Code for Information Interchange)’의 약자로 영문 알파벳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문자부호입니다. 아스키는 컴퓨터와 통신장비를 비롯한 문자를 사용하는 많은 장치에서 사용되며, 대부분의 문자 부호화가 아스키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아스키는 우리가 키보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문자와 숫자, 기호들이 0부터 255의 숫자들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표1]과 같이 숫자와 문자가 0∼255까지 중 한 수에 대응이 되지요.



와트니는 알파벳을 A∼Z까지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26개의 알파벳과 질문 부호 물음표(?)까지 카메라 둘레 360도에 늘어놓으려면 카드 한 장당 할애되는 각도가 360÷27로 겨우 약 13도가 됩니다. 이 각도는 카메라로 완벽하게 가리키기도 힘들뿐더러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그가 창의적으로 더 생각한 것이 16진법입니다.

○ 진법, 진수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수는 0∼9까지의 숫자를 조합하여 나타냅니다. 이를 10진법이라고 하지요. 간단히 말해 1을 열 번 세면 10이 되고, 다시 10을 열 번 세면 100이 되죠. 이것이 바로 10진법이고 10진법으로 표현한 수를 10진수라 합니다.

그런데 왜 하고많은 수 중에서 ‘10’이 기준이 되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숫자를 셀 때 사용하는 우리의 손가락이 10개여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수를 세는 방식은 10을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수를 세는 방법이 이러한 10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12시, 60분, 60초 등을 12와 60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시각’이지요. 또 전자 기기의 경우는 전원이 들어오고 나감을 상징하는 두 수만 사용하기도 하는데 관습적으로 0과 1의 기호를 쓰며 이들로 이루어진 수를 이진수라고 합니다. 이진법에서는 1을 2번 세면 10이 되고, 다시 10을 2번 세면 100이 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십진법의 1은 이진법에서는 1, 십진법의 2는 이진법에서는 10, 십진법의 3은 이진법에서는 11입니다([표2] 참조).



컴퓨터에서는 논리의 조립이 간단하고 내부에 사용되는 소자의 특성상 이진법이 편리하기 때문에 이진법을 사용합니다. 디지털 신호는 기본적으로 이진법 수들의 나열이며, 컴퓨터 내부에서 처리하는 숫자는 기본적으로 이진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널리 쓰이는 현대에 그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 와트니의 화성과 지구 간 통신 방법의 비밀

앞서 설명한 진법과 진수를 이해하면 원하는 기준 수를 사용하여 수를 바꾸어 쓸 수 있습니다. 와트니는 16진법을 선택합니다. 16진수는 1을 16번 세어야 10이 되는 수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수는 0∼9까지밖에 없습니다. 16번까지 세어지는 수를 모두 표현하기 위해 알파벳 A∼F를 추가로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표3] 참조).



와트니는 그래서 0∼9, A∼F의 종이 카드를 만들고 질문기호 카드를 추가하여 총 17장의 카드를 만듭니다. 그러면 카메라가 돌면서 카드 한 장을 볼 수 있는 각도를 360÷17로 약 21도로 가질 수 있어 훨씬 통신이 수월해집니다. 와트니의 아이디어는 255개의 문자를 표현한 아스키코드를 16진법으로 변환하여 나타내는 것이었지요.

가령 A를 나타내는 아스키코드 65는 65÷16=4(몫)…1(나머지)이 되어 41로 표현되고, M을 나타내는 아스키코드 77은 77÷16=4(몫)…13(나머지)이 되어 4D로 표현되는 것입니다([표4] 참조).



자, 그럼 영화에서 와트니가 해석한 몇 가지 NASA의 말을 풀어볼까요?

48 4F 57 41 4C 49 56 45

[표4]와 같이 A∼Z까지의 아스키코드를 16진수로 표현한 표를 미리 만들어 이용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그림1]).

그러나 [표 3]을 이용하면 보내온 코드 48을 4×16+8=64+8=72로 복호화하여 “H”를, 4F 는 4×16+F(15)=64+15=79로 복호화하여 “O”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주어진 신호는

H O W A L I V E

“How alive?(어떻게 살았니?)”가 되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장을 수동으로 모두 전달하기에는 분명 귀찮고 손쉽지는 않지만, 그 원리는 지극히 수학적이고 의외로 단순한 것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와트니처럼 화성에 홀로 남거나 위급한 재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학의 기본 지식들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 메시지는 아스키코드를 16진수로 표현한 부호입니다. 여러분께 드리는 메시지입니다. 한번 꼭 복호화해 보시길 바랍니다.(힌트: 사랑하라, 수학을) 4C 4F 56 45 4D 41 54 48

박지현 반포고 교사
#수학#아스키코드#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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