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짧고 빠르게’… 12부작 드라마 안방 ‘기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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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이어 지상파까지 가세

예능과 결합한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KBS ‘프로듀사’와 ‘별난 며느리’,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으로 상금을 걸고 경쟁하는 인간의 심리를 다룬 tvN ‘라이어 게임’(위쪽부터)은 모두 독특한 소재를 다룬 12부작 드라마다. KBS·tvN 제공
예능과 결합한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KBS ‘프로듀사’와 ‘별난 며느리’,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으로 상금을 걸고 경쟁하는 인간의 심리를 다룬 tvN ‘라이어 게임’(위쪽부터)은 모두 독특한 소재를 다룬 12부작 드라마다. KBS·tvN 제공
최근 12부작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소재가 음악, 심리극, 판타지물 등 다양해지고 예능 프로와 결합한 형식도 등장했다. 16부작, 20부작으로 제작되던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의 문법을 깨뜨리고 있는 것.

12부작 드라마는 케이블 채널이 주도했다. tvN은 ‘몬스타’(2013년) ‘삼총사’(2014년) ‘라이어 게임’(2014년) 등을 12부작으로 제작했고 올 5월에도 한 남자와 그의 전 여자친구 4명이 한자리에 모인 에피소드를 그린 ‘구여친클럽’을 방영했다. Mnet도 동거 남녀들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 12부작 ‘더 러버’를 6월 방영했다. E채널은 8일부터 인력거로 영업을 하는 사회초년생들의 애환을 다룬 ‘라이더스: 내일을 잡아라’를 12부작으로 방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상파 방송인 KBS도 12부작 대열에 뛰어들었다. 5월 방영된 ‘프로듀사’가 대표적. 방송 예능국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이 드라마는 김수현 공효진 아이유 등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서 제작한 예능형 드라마로 마지막 회는 상반기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17.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도 끌었다. 이후 KBS는 비슷한 시간대에 ‘오렌지 마말레이드’ ‘별난 며느리’ ‘발칙하게 고고’ 등 12부작의 ‘짧은’ 드라마를 꾸준히 편성했다. 시청률이 5%대였던 ‘별난 며느리’는 예능 프로에서 등장하는 ‘멘탈 붕괴’ 등의 자막을 넣어 화제가 됐고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과거 시트콤에서나 보던 ‘뱀파이어’가 주연이었다.

이처럼 12부작 드라마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시청자의 시청 호흡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호흡 짧은’ 콘텐츠가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TV 드라마의 길이도 짧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tvN 관계자는 “모바일에 익숙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빠른 전개와 촘촘한 이야기 구성은 필수”라고 말했다.

12부작 드라마의 등장으로 드라마 소재가 전보다 다양해졌다는 평가도 따른다. KBS 드라마국 정해룡 책임프로듀서는 “예능, 판타지물 등 기존의 16∼20부작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가 버겁다고 여겨졌던 소재들을 12부작에서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12부작은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점도 인기의 한 요인이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12부작은 최근 드라마 시장 불황으로 인한 제작비 절감 방안”이라며 “제작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당’으로 계산되는 연기자들의 출연료와 작가의 원고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성공 여부가 미지수인 상황에서 12부작으로 초기 제작비를 적게 들여 나중에 실패해도 부담을 줄이자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12부작 드라마를 아직 ‘대세’로 보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방송 광고와 드라마 속 간접광고(PPL)로 수익을 내는 드라마 특성상 12부작보다 긴 드라마가 수익 창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경우에 12부작으로 갈 뿐 아직은 16부작이 표준이라는 것이다. ‘프로듀사’ 관계자는 “짧은 드라마는 해외에 수출할 때도 가격에서 불리하다”며 “80분짜리 12부작 드라마를 40분짜리 24부작으로 분할하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2부작#드라마#프로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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