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살빼기의 비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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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1개, 닭가슴살 조금, 우유 1잔. ‘국민 첫사랑’ 수지의 한 끼 식사다. 가수 아이유는 운동을 병행하면서 사과 1개, 고구마 2개, 단백질 음료 1잔으로 하루 종일 버틴다.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의 다이어트 식단을 보면 과연 이렇게 먹고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의아할 지경이다. 날씬함을 넘어 깡마른 몸매를 갖기 위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스타만이 아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건강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아동·청소년(만 5∼17세)의 과체중 비율은 여자 14.1%, 남자 26.4%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의 경우 남녀 격차가 거의 없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OECD 최고 수준인 1.9배의 차이를 보였다. 남자보다 여자가 체중 조절 압박을 그만큼 많이 받는다는 증거다. 작년 국내 온라인 조사에서도 여학생 2명 중 1명꼴로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자는 무조건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외모지상주의의 정서적 압박감이 심각하다.

▷정상 체중인데 스스로 뚱뚱하다고 여기는 여학생이 많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다이어트 시작 연령도 초등학교 고학년생까지 내려가는 추세다. 성장기에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훗날 골다공증 등 몸에 골병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까지 따라온다. 문제는 아무리 이런 얘기를 해봤자 10대의 다이어트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디어를 통해 아이돌이나 모델 같은 체형을 동경하도록 부추기는 어른들 책임이 크다.

▷유럽은 일찌감치 거식증 같은 섭식 장애를 유발하는 다이어트를 사회 문제로 받아들여 국가 차원에서 관련 업계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키와 몸무게의 상관관계를 재는 체질량지수(BMI)란 것이 있다. 프랑스는 BMI 18(키 175cm에 몸무게 56kg 정도) 이하 모델을 무대에 세우면 6개월 징역형까지 내리는 법을 만들었다. 스페인도 BMI 하한선이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건강증명서를 제출해야 무대에 설 수 있다. 몸과 마음을 학대하는 무모한 다이어트의 비극을 없앨 국민 ‘운동’이라도 나와야 할 시점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살빼기#운동#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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