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어깨 편 다문화… 우리 사회 소중한 자산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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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낯선 이방인에게 희망 준 사람들”
가족-개인-단체 3개부문 시상

영광의 수상자들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수상자들. 왼쪽부터 신혜영(하나다문화센터 다린 팀장), 이레샤 페레라(톡투미 대표), 임은희, 윤승주, 박해란, 김미진(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번역사), 장가경 씨.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영광의 수상자들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수상자들. 왼쪽부터 신혜영(하나다문화센터 다린 팀장), 이레샤 페레라(톡투미 대표), 임은희, 윤승주, 박해란, 김미진(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번역사), 장가경 씨.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더니, 이주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는 칭찬을 받게 됐네요. 모든 다문화가정이 행복하길 바라며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1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에서 대상을 수상한 윤승주 씨는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LG-동아 다문화상’은 2010년에 이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결혼 취업 학업 등의 이유로 한국에 들어와 가정을 이루고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다문화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개인과 단체를 발굴하기 위한 상이다.

올해 주인공은 △다문화가족상 4명(대상 1명 포함) △다문화공헌 개인 2명 △다문화공헌 단체 1곳.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와 김재호 동아일보사 사장, 수상자 가족 및 친구 등이 자리를 빛냈다.

수많은 다문화 가족 가운데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취업하며 바람직한 시민으로 성장한 흔적이 지원서류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효식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은 “단순히 시혜적 입장에서 미담 사례를 찾기보다는 당당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가정과 사회에 모두 충실한 분들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족상을 받은 4명에게는 각각 5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특히 대상 수상자에게는 가족의 모국방문 비용도 지원된다.

다문화사회를 위해 헌신한 개인과 단체에 대한 수상도 이어졌다. 수상자 신혜영 씨(하나다문화센터 ‘다린’ 팀장)는 2005년 한국어 강사로 시작해 지금까지 다문화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다문화가정이 ‘꽃’이 되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인데 무대에 올라오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며 “일한 지 10년째에 뜻깊은 상을 받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헌상 개인 부문은 신 씨를 포함해 2명, 단체 부문은 이주여성 자조모임 ‘톡투미’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한국에서 많은 것 받아… 더 많이 돌려드릴게요” ▼

다문화가족 부문, 몽골 출신 윤승주씨 가족상 대상… 대학원 다니며 서울시청 근무


다문화가족상 대상을 받은 몽골 출신의 윤승주 씨(41)는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과 너그러운 시부모님, 착하고 예쁜 아이들 덕에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윤 씨는 어릴 적부터 많은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을 꿈꿨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조부모에게 배려심과 너그러운 마음을 배우고, 자신도 시부모에게 예절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는 것. 그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기에 남편과 부부싸움을 덜하게 됐다”며 웃으며 말했다.

윤 씨는 2007∼2010년 서울 출입국사무소의 결혼이민자 네트워크 몽골 대표 및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2011년부터는 서울시청에서 주 20시간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주로 다문화가족 지원에 대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올 8월엔 사회학 전공으로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일과 공부를 함께한다는 게 두려웠지만 시부모님이 ‘도와줄 테니 열심해 해보라’고 격려해 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며 “많은 것을 받은 만큼 이젠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상 우수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인 박해란 씨(34)는 “중국에 있을 땐 가족 부양 때문에 공부를 못했는데, 한국에 왔더니 공부할 기회가 생겨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2002년 결혼과 함께 한국에 온 그는 전북 김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했다. 고교와 전문대를 거쳐 현재 한국방송통신대에 편입했고 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 자격증도 땄다. 박 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아무것도 못했던 내가 이젠 일과 공부를 척척 해내고 있다”며 “이 같은 노력을 좋게 봐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자인 베트남 출신 임은희 씨(33)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통번역사로 활동 중이다. 의사를 전달하는 수준의 통역만 하는 게 아니라 결혼 이주 여성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임 씨는 베트남 자조 모임 및 봉사단의 리더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임 씨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자인 장가경 씨(34)는 중국 출신으로 2000년 외국인 근로자로 한국에 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편을 만나 2004년 결혼했고, 현재 세 남매의 엄마이자 맏며느리로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1년 만에 검정고시를 통해 초중고교를 졸업했고 현재 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한국어능력시험 5급 보유자로 충남 당진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 이주 여성을 돕는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 관리하고 있다.

장 씨는 “결혼 이주 여성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하며 살겠다”고 강조했다.

▼ 이주여성 통역 돕고… 다문화 청소년 동아리 지원 ▼

다문화공헌 부문, 단체부문 ‘톡투미’ 3000여 회원은 소외된 이웃에 무료 도시락 서비스


다문화공헌상 개인 부문을 수상한 김미진 씨(31)는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이다. 주부로 살던 김 씨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 중국어 능력시험에 합격하고, 결혼이민자 통번역 서비스 전담인력 양성 교육을 마친 그는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2009년부터 안산교육지원청에서 하는 ‘다문화 이해 세계문화체험’에 초청돼 강사로 활동했다.

그는 지역사회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때 김 씨는 자녀를 잃은 다문화가정의 유족들과 동행하며 각종 행정 처리에 필요한 통역을 했다.

또 다른 다문화공헌상 개인 부문 수상자인 하나다문화센터 ‘다린’의 신혜영 팀장(36)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공했다. 2008년 사단법인 세계선린회 산하의 이주민지원센터에 근무하며 다문화 가정의 정착과 생활지원 사업을 담당해왔다. 그는 한국에 대한 교육, 언어뿐 아니라 전통과 현재를 아우르는 한국문화를 다문화 가정에 알리는 데 주력했다. 동시에 이주 여성이 모국어 강좌를 할 수 있게 지원해주면서 이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통로도 열어줬다.

최근 그는 다문화 2세와 중도 입국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다문화 2세 교류 활동 모임인 ‘한반도’를 운영했고, 대학생 다문화 동아리를 발굴해 지원하는 사업을 관리해왔다.

다문화공헌상 단체 부문을 수상한 이주 여성 자조단체 ‘톡투미’는 단순히 친목을 다지는 이주민 커뮤니티와는 성격이 다르다. ‘톡투미’는 2010년 10명의 이주 여성이 모여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 사회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3000여 명의 회원을 가진 단체로 성장했다. 이들은 2011년부터 다양한 피부색과 개성을 지닌 ‘모니카 인형’을 만들어 팔고 있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돕고, 이주 여성의 경력 계발을 지원한다. 또 다른 사업은 ‘말하는 도시락’.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소개하고 경험해보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이다. 이들이 만든 음식은 지역의 소외된 이웃에 나눠준다. 스리랑카 출신인 이레샤 페레라 ‘톡투미’ 대표는 “이주민이 한국에서 당당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그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다문화#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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