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미네소타 스카우트가 말하는 ‘박병호 포스팅’ 뒷얘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5시 45분


미네소타가 10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병호의 포스팅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고교 시절부터 주시하며 오랫동안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캡처|미네소타 트윈스 홈페이지
미네소타가 10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병호의 포스팅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고교 시절부터 주시하며 오랫동안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캡처|미네소타 트윈스 홈페이지
■ 김태민 미네소타 스카우트가 말하는 ‘박병호 포스팅’

“놀랄 일이 아닙니다. 고교 시절부터 지켜봤습니다.”

포스팅 최고액을 써내 박병호(29·넥센)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따낸 메이저리그 구단이 미네소타로 밝혀지자 대부분 의외라는 반응이다. 미네소타가 빅마켓 구단이 아니어서 박병호 독점교섭권을 얻기 위해 1285만달러(약 147억원)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베팅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네소타의 김태민(44)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는 “놀랄 일이 아니다”며 웃었다. 김 스카우트는 호주교포로 1993년부터 1999년까지 LG와 두산에서 선수로 뛴 뒤 2000년부터 16년간 미네소타의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로 활동하고 있다.

‘2015 프리미어 12’에 출전한 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해 현재 대만에 머물고 있는 김 스카우트는 10일 스포츠동아와의 국제통화에서 “솔직히 나도 새벽에 기사가 나올 시점에 우리 구단이 포스팅에서 이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박병호의 장단점에 대해 꾸준히 스카우팅리포트를 작성해 구단에 보고했지만, 포스팅에 대해선 미네소타 구단에서 비밀리에 추진한 일이어서 나도 우리 구단이 이겼는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김 스카우트는 왜 “놀랄 일이 아니다”고 했을까. 그는 “미네소타가 왜 나를 16년 동안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로 고용했겠나. 그 안에 답이 있다”며 “그만큼 미네소타는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그동안 포스팅에 참가했지만 탈락하기도 했고, 좋은 선수와 계약을 하려고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기도 했다. 그 중 스카우트에 성공하는 성과도 있었다. 주변에선 지금 다들 놀라고 있지만, 우리로선 평범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장단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 스카우트는 “사실 새벽에 단장(테리 라이언)에게 전화가 왔다. 포스팅에선 이겼지만 앞으로 계약협상 절차가 남았기 때문에 박병호에 대한 평가를 절대로 외부로 노출하지 마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계약이 다 끝나면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얘기를 해주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김 스카우트는 한 가지 단서는 공개했다. 그는 “박병호는 성남고 2학년 시절부터 봐왔다.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LG에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웬만한 선수라면 힘들어서 그만두거나 자포자기했을 텐데, 넥센에 가서 결국 꽃을 피웠다. 과정이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는 증거다. 그런 근성과 노력하는 정신이 있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힘든 일을 만나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점이 매력적이다”고 힌트를 줬다. 이어 “우선 계약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박병호가 일단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데 대해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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