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국내 첫 독립·예술영화 전용관…250석 규모 동숭시네마텍 개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7시 05분


씨네코드 선재가 자리잡은 아트선재센터 외관. 사진출처|아트선재센터 홈페이지
씨네코드 선재가 자리잡은 아트선재센터 외관. 사진출처|아트선재센터 홈페이지
■ 1995년 11월 11일

30일 서울 씨네코드 선재가 문을 닫는다. 운영자인 영화사 진진은 최근 “건물주인 아트선재센터 측과 건물 리모델링과 관련한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건물주와의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다”고 알렸다. 9억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에 적지 않은 월세 등 무게에 짓눌렸다는 말이 나온다. 앞서 대구와 거제 등 지방의 몇몇 극장도 문을 닫았다. 치솟는 임대료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모두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이다.

씨네코드 선재는 씨네큐브 광화문, 아트하우스 모모, 아트나인 등과 함께 그동안 적지 않은 서울 관객에게 다양성의 매력을 제공해왔다. 2008년 9월19일 켄 로치의 ‘자유로운 세계’를 상영하며 개관, 서울 ‘북촌’에 문화의 향기를 퍼트려왔다.

1995년 오늘, 국내 첫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인식되는 동숭시네마텍이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문을 열었다. 영화사 백두대간과 동숭아트센터가 손잡고 마련한 250석의 공간이었다. 짐 자무시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을 시작으로 제인 캠피온, 레오 카락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을 잇따라 소개했다. 감독 특별전과 강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예술영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늘어갔다.

이후 동숭시네마텍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일반 상영관으로 변모했다. 대신 하이퍼텍 나다라는 또 다른 공간을 마련했다. 2000년 8월 문을 연 하이퍼텍 나다는 예술 혹은 독립영화 상영관으로서 11년간 쉽지 않은 무대를 이어갔다. 진진이 운영한 하이퍼텍 나다 역시 “동숭아트센터의 중장기 리모델링 계획으로” 문을 닫았다. 씨네코드 선재는 그 대안의 자리가 되었다. 이제 그마저도 폐관하니,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 ‘1세대’의 시대도 함께 문을 닫는 셈이다. 꼭 20년 만이다.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는 20년 전 “적자가 예상되지만 ‘문화운동’ 차원에서 다양한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1995년 11월1일자 동아일보. 신문은 이듬해 6월16일자 이광모 백두대간 대표 인터뷰 기사에서 실제로 2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썼다)

그 다양성을 채 꽃피우기도 전에 마케팅 능력과 더 좋은 시설을 갖춘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에까지 영역을 빼앗기는 상황. 영화진흥위원회마저 예술영화 전용관 지원 사업을 폐기했다.

‘빼빼로데이’라는 11일. 과자회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도 좋겠지만, 씨네코드 선재 등에서 영화 보며 데이트를 즐기는 건 어떨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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