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하산’도 총선 나가는 공기업, 공공개혁 입도 떼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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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들이 내년 총선에 나가기 위해 줄사퇴를 하고 있다. 현 정부 초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상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10일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고 손범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은 7월에 퇴임했다. 둘 다 3년 임기 가운데 8개월∼2년밖에 재임하지 않았다. 도로공사 김학송, 지역난방공사 김성회 사장 등 10여 명도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정치권 인사들의 ‘수시 출입’으로 만신창이가 될 판이다. 박완수 사장은 주소를 경남 창원시로 옮겼다 문제가 되자 되돌렸으나 출마가 유력하다. 친박계 창원시장 출신인 그는 지난해 10월 선임될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그 직전에는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정창수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갔다가 강원도지사 출마를 이유로 9개월 만에 그만두는 바람에 8개월간 사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정 사장은 출마가 무산되자 다시 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돼 올해 국정감사에서 ‘금(金)낙하산’이란 별명을 얻었다.

친박계 3선 의원 출신인 도로공사 김학송 사장은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사장에 선임됐다. 도로공사는 부채가 26조 원이 넘고 하루 이자만 31억 원인데 전직 임원들의 친목단체인 ‘도성회’에 일감을 몰아주고 텅텅 비는 도로를 건설해 국감에서 지탄을 받았다. 역시 친박계 의원 출신이 사장인 지역난방공사도 예산 낭비 사례가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난 1년간 공공기관의 고질적 병폐였던 방만 경영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말 520조 원으로 2010년보다 121조 원 늘었고 공기업의 20%는 좀비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사장’이 선거판으로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낙하산을 보낼 것인가. 공공기관을 낙하산의 놀이터로 만든 이 정부는 더이상 공공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공기업#낙하산#공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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