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표 본드’ 유종의 미!… ‘모니카표 본드걸’ 조연 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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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봉 ‘007: 스펙터’ 세가지 관전 포인트로 보니…

007시리즈의 24번째 영화인 ‘007 스펙터’에서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는 자신의 과거와 관계가 있는 범죄조직 스펙터의 뒤를 쫓는다. 스펙터는 이전 시리즈에서 본드의 숙적으로 등장했다. 영화인 제공
007시리즈의 24번째 영화인 ‘007 스펙터’에서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는 자신의 과거와 관계가 있는 범죄조직 스펙터의 뒤를 쫓는다. 스펙터는 이전 시리즈에서 본드의 숙적으로 등장했다. 영화인 제공
《 11일 개봉하는 ‘007: 스펙터’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제임스 본드, ‘대니얼 본드’를 보는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크레이그가 외신 인터뷰에서 수차례 “본드를 다시 맡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영화 자체가 그런 분위기를 진하게 담고 있다. ‘스펙터’는 ‘카지노 로얄’(2006년) ‘퀀텀 오브 솔러스’(2008년) ‘스카이폴’(2012년)로 이어진 ‘대니얼 본드’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스펙터’의 관전 포인트를 세 가지로 정리해 평가해봤다. 》

① 007의 어린 시절이 등장한다? So-So

제목의 ‘스펙터’는 예전 007시리즈에서 본드의 숙적으로 수차례 등장했던 범죄조직의 이름. 본드가 속한 기관 MI-6가 사실상 해체 위기에 처하자 본드는 홀로 이 범죄조직의 뒤를 밟는다. 그 과정에서 본드는 스펙터 수장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으며 그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비극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본드가 어떻게 고아가 됐고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살짝 언급한다.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본드의 어린 시절은 그동안 팬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본드의 개인사와 영화 속 사건들을 엮다가 악역의 캐릭터가 모호해졌다는 게 단점이다. 세계를 주무르는 범죄조직 스펙터의 수장이 본드에게 비이성적으로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본드와 함께 스펙터의 뒤를 쫓는 ‘본드걸’ 스완으로 등장하는 레아 세두. 영화인 제공
본드와 함께 스펙터의 뒤를 쫓는 ‘본드걸’ 스완으로 등장하는 레아 세두. 영화인 제공
② 사상 최강의 본드걸? Bad

모니카 벨루치와 레아 세두 등 두 여배우가 ‘본드걸’로 등장해 개봉 전부터 기대를 높았다. 특히 띠동갑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젊은 여성 대신 쉰한 살 벨루치의 기용은 파격이었다. 벨루치는 초반에 본드의 손에 죽는 악당 스키아라의 부인 루시아 역을 맡았다. 미모와 분위기는 압도적이지만 본드의 매력에 홀려 단숨에 모든 것을 털어놓는 전형적인 ‘본드걸’에 그쳤다. 더욱이 조연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초반에만 잠시 나와 벨루치의 팬이라면 분노 조절용 심호흡이 필요하다.

레아 세두는 정신과 의사 매들린 스완 역으로 스펙터를 쫓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지닌 인물로 나온다. 본드가 알려주지 않아도 능숙하게 총을 다루고 악당에게 두들겨 맞는 것도 불사한다. 하지만 퓨리오사(‘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일사(‘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센 언니’가 주도했던 올해의 다른 액션물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역할이 미미하다.

③ 물량공세 액션? Good

축제가 벌어지는 멕시코시티의 광장, 하얗게 눈이 덮인 오스트리아의 산악지대, 모로코 해안 마을의 낭만적인 호텔,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로마의 시가지까지. 해체 위기의 MI-6에서 어떻게 공작비를 끌어다 썼는지는 몰라도 본드는 전 세계를 누비며 액션을 펼친다.

특히 헬기에 맨몸으로 매달린 채 악당과 격투를 펼치는 영화 초반의 공중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눈부신 설산에서 펼쳐지는 경비행기와 자동차의 추격전도 볼만하다. 로마에서의 차량 추격전에서는 영국 자동차 회사인 애스턴마틴이 특별 제작한 고급 스포츠카를 강바닥으로 아낌없이 꽂아 버린다.

‘스펙터’는 고독하고 불안정한 스파이의 면모를 부각시켰던 ‘스카이폴’보다는 여성 편력만큼 임무 수행도 끝내주던 이전 007시리즈에 더 가깝다.

하지만 ‘스펙터’를 보고 나면 깊이는 ‘본’ 시리즈에 밀리고, 액션은 ‘미션 임파서블’보다 약하고, 재치는 ‘킹스맨’에 못 미친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영화 말미, 본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난다. 과연 다음 007시리즈도 그처럼 명쾌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007#스펙터#본드걸#다니엘 크레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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