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파수꾼과 주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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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석 세명대 무역학과 교수
이지석 세명대 무역학과 교수
서울 한복판에서 면세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면세점 사업을 유통업 중에서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니 거위 세 마리를 두고 싸우는 셈이다. 세계적인 관광 유통 전문지인 영국의 무디 리포트는 한국의 면세시장을 ‘깨질 수 있는 황금 알’로 표현하기도 했다.

정작 문제는 갈피를 못 잡는 파수꾼이다. 기획재정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공정한 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독과점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는 반면 집행 부처인 관세청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해외 면세점과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위의 현재 주인 또는 앞으로의 주인을 자처하는 자들은 혼란스럽다.

면세점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했다면 그 우화의 진정한 의미부터 곱씹어 보자. 욕심을 부리면서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확실한 룰이 있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생육 환경이다. 관광객이 있어야 면세점도 있다. 즉, 선호하는 관광지가 다르고, 씀씀이가 다르고, 그래서 면세점은 관광객들의 취향에 맞춰 저마다의 개성도 있어야 한다. 파수꾼이라면 제대로 된 면세점의 포트폴리오부터 고민해야 한다. 파수꾼이 해야 할 일은 거위들이 각자 개성 있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그 환경과 서식지의 거리를 확보해 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인의 그릇과 능력이다. 거위가 신통치 않다고 억지로 쥐어 짜내려는 자라면, 무리하게 빚이라도 내서 일단 거위부터 사고 보자는 자들이라면, 언젠가 분명 멀쩡한 거위의 배부터 가르려 할 것이다. 작은 거위라도 크게 기를 수 있고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그릇과 능력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주인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이는 가장 마지막에 생각해야 할 ‘수’이다. 오랫동안 거위를 키워 오면서 잘못한 일은 없는지 살펴보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확실한 경고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특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5년으로 특허기간을 제한한 취지도 살릴 길이 없다. 다만 주인을 바꾼 뒤 필연적으로 닥치게 될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만큼은 반드시 살펴보자. 확실한 경고는 주되 그동안 거위를 키워 왔던 경험만큼은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 그런 ‘묘수’말이다. 파수꾼이라면 응당 그러한 운용의 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지석 세명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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