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인들은 어쩌라고… 선거구 담판 팽개친 여야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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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과 3자 회동 성과 없어

빈손 회동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의 중재로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회의장실에서 회동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 법정처리 시한(13일)을 앞둔 이날도 여야 대표는
 선거구 획정 협상을 재개한다는 원론적인 의견 교환에 그쳤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빈손 회동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의 중재로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회의장실에서 회동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 법정처리 시한(13일)을 앞둔 이날도 여야 대표는 선거구 획정 협상을 재개한다는 원론적인 의견 교환에 그쳤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회의 직무 유기가 ‘도’를 넘고 있다.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처리 시한(13일)이 임박한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3자 회동을 했지만 협상은 타결되지 못했다. 현행 300명인 의원정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점도 찾지 못한 채 협상을 계속한다는 ‘뻔한’ 결론만 나왔다.

○ “반드시 타결” 약속했지만…

이날 3자 회동은 30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1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와 원내수석부대표들이 ‘2+2’ 협상을 한 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4’ 회동으로 확대한다는 절차만 합의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회동 직후 “제일 시급한 건 선거구 획정 기준을 협의해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넘기는 일”이라며 “어느 정도 기준이 좁혀지면 10일 저녁이라도 양당 당 대표, 원내대표, 정개특위 간사, 수석부대표 등 ‘4+4’로 만나 합의를 보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도 “시한을 넘기지 않고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며 실무진 협의를 선행하고 방안이 좁혀지거나 몇 가지 선택 가능한 방안이 마련되면 (10일 저녁) 밤을 새워서라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구 획정 작업의 실무 준비는 거의 다 되어 있는 상태다. 여야 대표가 담판을 갖고 지역구 의석수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꼭짓점’만 따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둘러 합의했다가 소속 당에서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 담판을 주저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선거구 획정이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다음 달 15일을 넘기고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정개특위 활동시한(이달 15일) 역시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 “‘깜깜이 선거운동’으로 총선 대혼란 우려”

정 의장은 3자 회동에서 “이대로 가면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십 개의 지역구를 조정해야 하는데도 아직 선거구 획정을 못하고 있다”며 “여야가 추진 중인 공천혁신을 위해서도 새 도전자들에게 공정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서 등을 통해 얼마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정치 신인들은 ‘깜깜이 운동’이어서 대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공직선거법 부칙은 ‘국회는 2016년 4월 13일 실시하는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구는 선거일 전 5개월까지 확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13일이 처리시한으로 정해졌지만 여야 지도부가 ‘나 몰라라’하고 있는 것이다.

○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

여야는 당초 선거구획정위를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로 만들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기준을 만드는 권한은 정치권에 남겨둬 여야의 입김이 작용할 빌미를 제공했다. 정치권에선 선거구 획정은 처음부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새누리당은 현행 지역구 246석을 6석으로 늘리는 만큼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축소 불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병석 정개특위위원장이 이날 지역구 의석을 260석으로 대폭 늘리되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균형의석’의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여야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여야 대표는 이 같은 중재안에 대해 각각 “전혀 검토 안 했다”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여야 대표가 선거구 획정의 쟁점에 대해선 전격적으로 일괄 타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에 민감한 당내 반발 기류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황형준 기자
#국회의장#정치신인#여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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