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공장 ‘디지털 혁신’… 10년간 310조원 부가가치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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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으로 변신 9월 10일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에서 데틀레프 췰케 박사가 인더스트리 
4.0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독일 리탈은 최근 하이거에 위치한 물류창고를 완전 자동화해 납품시간을 대폭 줄였다. 
리탈은 생산라인 자동화에도 투자하는 등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카이저슬라우테른=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리탈 제공
‘스마트공장’으로 변신 9월 10일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에서 데틀레프 췰케 박사가 인더스트리 4.0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독일 리탈은 최근 하이거에 위치한 물류창고를 완전 자동화해 납품시간을 대폭 줄였다. 리탈은 생산라인 자동화에도 투자하는 등 독일 정부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카이저슬라우테른=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리탈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쯤 달려 도착한 중소도시 헤르본. 이곳에는 산업용 장비 전문기업 리탈의 본사가 있다. 연간 매출액이 30억 유로(약 3조7200억 원) 수준인 중견기업이지만 최근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다. 독일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인더스트리 4.0’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9월 11일 리탈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우베 샤르프 리탈 생산관리담당 부사장은 “3, 4년 전부터 독일 내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이슈가 커져 리탈이 납품할 제품도 훨씬 많아졌다”며 “자동차업체들도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들면서 모두 인더스트리 4.0을 적용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앞다퉈 자동화 추진하는 독일 기업들


인더스트리 4.0은 2011년 4월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독일 정부 관계자들이 처음 언급한 후 이듬해 10월 독일 정부의 ‘하이테크 전략 2020’에 편입됐다. 정책 목표는 정보기술(IT) 접목을 통한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이다. 하나의 공장으로 좁혀 보면 주문, 생산, 판매, 운송 등에 관여하는 모든 장비에 스마트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가장 빠른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향후 10년간 2500억 유로(약 310조 원)의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 19일에는 IT 최고정책회의에서 100개 성공 사례를 1차 성과물로 발표할 예정이다.

리탈은 산업용 인클로저(외부 골격)뿐만 아니라 배전, 전자장치, 시스템 냉각제어, IT 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고객사들에 납품하고 있다.

리탈은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사내 IT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IT 엔지니어는 1000여 명으로 전체 임직원(1만1000명)의 약 9%에 이른다. 최근 3년 사이 300∼400명을 충원한 결과다.

소프트웨어(SW) 회사도 아예 2곳이나 인수합병(M&A)했다.

샤르프 부사장은 “정부가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발표하기 전 리탈은 이미 디지털화를 대비한 투자를 해 왔다”며 “그 결과 연간 매출액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 이슈는 리탈 스스로에도 중요한 과제다. 이 회사는 1400만 유로(약 174억 원)를 투입해 하이거 인근의 물류창고를 완전 자동화했다. 이를 통해 독일 어느 지역이라도 24시간 내 납품이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어 리탈은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할 물류센터 후보지도 물색하고 있다.

세계 ‘톱3’ 자동차부품기업인 독일 콘티넨탈 역시 인더스트리 4.0을 경영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콘티넨탈은 독일 미국 중국 3개국에 ‘코봇(사람을 돕는 협력적 로봇)공학 연구센터’를 설립해 전 세계 27개 생산라인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콘티넨탈은 또 공장별로 매월 약 1테라바이트(TB·1TB는 1조 바이트)의 미가공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분석 결과는 생산라인 효율화에 활용할 수 있다. 콘티넨탈 관계자는 “향후에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면 자동적으로 미래를 위한 최적화된 결정이 내려져 생산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자동차 핵심 부품인 연료분사 장치 제작 과정에는 이러한 인더스트리 4.0의 개념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의 궁극적 목표는 비단 한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자동화가 아니다.

독일 서부의 대학 도시 카이저슬라우테른에 자리 잡은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는 데이터를 통한 통합과 연결을 기업 간, 나아가 산업 간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 책임자인 데틀레프 췰케 DFKI 박사는 “제조업 혁신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 간 통합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단언했다. 독일에서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부품을 만든 뒤 그것을 모두 연결해 하나의 장비를 만들어 내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한 회사에서 모든 부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의 39개 회원사 중에는 지멘스, 바스프, 보쉬, 콘티넨탈 등 독일 제조업체와 SAP, IBM 등 글로벌 SW업체가 두루 포진해 있다. 중국 화웨이도 최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올 들어 독일 하르팅 등 17개사는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에서 나온 다양한 연구 성과를 실제 생산라인에까지 적용하기 시작했다.

췰케 박사는 “인더스트리 4.0 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혁신을 통해 독일 내 모든 공장이 해외 생산라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라며 “그래야 일자리를 해외에 뺏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 팩토리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인 동시에 기업 생존의 조건”이라며 “다만 기계들 간 효율적인 연결을 추구하는 것이지 인간의 역할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인터스트리 4.0

전 생산공정의 디지털화를 통해 제조업을 혁신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새로운 경제정책. 2011년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처음 언급된 후 점차 구제화되고 있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에 이은 4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헤르본·카이저슬라우테른=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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