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미세먼지 피해 심각한데…” 인천시, 시민건강은 뒷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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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측정 장비 교체 예산, 재정난 이유로 전액 반영안해
市의원 “시민건강 무시” 반박

인천 동구 송림동에 설치된 대기오염 측정 장비. 이 장비는 올해부터 초미세먼지(PM 2.5)를 측정해 그 수치를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동구 송림동에 설치된 대기오염 측정 장비. 이 장비는 올해부터 초미세먼지(PM 2.5)를 측정해 그 수치를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가 몇 년 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발표한 가운데 인천시가 초미세먼지(PM 2.5·지름 2.5μm 이하)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 교체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역의 초미세먼지 장비 교체를 늦추더라도 충분히 측정이 가능하다는 게 시의 해명이지만 ‘시민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인천은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권인 데다 산업단지공단과 주거지가 혼재된 지역이 많아 전국의 광역시 중 미세먼지 피해가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다.

9일 인천시의회 공병건 의원(새누리당·동춘-옥련동)이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예산에 10년 이상 된 노후 미세먼지 측정 장비 교체를 위해 3개소의 교체 예산 1억8000만 원을 올렸다. 그러나 시는 재정난을 이유로 보건환경연구원이 올린 예산 전액을 반영하지 않았다.

노후 측정 장비가 설치된 곳은 남동구 논현동, 연수구 동춘동, 서구 석남동 등 3개소인데, 이곳의 장비로는 PM 2.5의 초미세먼지 측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초미세먼지의 농도 측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장비 교체가 시급하다.

인천에는 이 세 곳을 포함해 총 14개의 미세먼지 측정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개정된 환경정책기본법 기준에 맞게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는 10개소에 배치돼 있을 뿐이다. 나머지 부평에 있는 1개소는 이른바 ‘조건부 사용장비’다. 이에 비해 서울과 부산 전역의 측정소에서는 초미세먼지 측정이 가능하다.

올해 들어 인천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유독 많이 발령됐다. 11월 5일 현재 미세먼지 주의보가 23일에 걸쳐 총 50회가 발령됐다. 이 중 미세먼지(PM 10·지름 10μm 이하)가 30회, 초미세먼지는 20회나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환경 통계자료에 따르면 인천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2010년 기준치(50μg/m³) 대비 5μg/m³ 초과한 55μg/m³를 기록한 이후 감소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인 49μg/m³(2014년 기준)를 나타내고 있다.

미세먼지가 암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명확한 자료는 없지만 인천지역의 폐암 발생은 타 지역을 웃돌고 있다. 국가 암 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의 폐암 발생률은 201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8.7명으로 전국 평균 27.9명을 상회한다.

미세먼지 속에는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불완전연소 물질인 블랙카본이 포함돼 있다. 블랙카본이 체내에 쌓이면 심장병이나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30세 이상 1만5000여 명이 기대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3곳의 장비가 PM 2.5의 초미세먼지를 측정하지 못하지만 주변의 다른 측정소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할 수 있어 시민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알리는 데 부족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공 의원은 “미세먼지를 개선하지 않으면 10년 뒤 수도권 지역에서 조기 사망자가 68% 급증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오는 상황에서 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초미세먼지 측정 장비의 교체 예산을 세우지 않는 것은 시민건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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