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출근중 교통사고, 업무상 재해 아니다? 법원 “업무에 사용한 증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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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1월 9일 2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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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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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근중 교통사고, 업무상 재해 아니다? 법원 “업무에 사용한 증거 부족”

최근 자전거로 출근하는 ‘자출족’ 이 부쩍 는 가운데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하더라도 업무상 입은 사고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박준석 판사는 건설업체 근로자 오모 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아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해야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박 판사는 “오 씨가 이용한 자전거는 오 씨의 아버지이자 공사 현장소장이 구입해준 것”이라며 “회사에 자전거 구입비용을 청구한 사실이 없으므로 가족간의 선물로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이어 “회사는 오 씨가 이용한 자전거에 대해 구입비용 내지 유지비용을 지급해주지 않았다”며 “오 씨가 이용한 자전거가 공사현장 업무에 사용됐다고 볼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박 판사는 그러면서 “회사는 오 씨에게 공사현장과 직선거리 616m 가량 떨어진 곳에 숙소를 마련해줬는데, 숙소에서 공사현장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도보로 약 13분, 자전거로 약 4분 정도여서 도보로도 충분히 공사현장에 출근할 수 있는 거리”라며 “오 씨의 출근시간도 오전 7시로서 출근 시 꼭 자전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이 같은 맥락에서 “오 씨의 출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한 건설업체에서 현장반장으로 근무하던 오 씨는 지난해 11월 회사가 마련해준 울산 남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자전거를 이용해 공사현장으로 출근했다.

오 씨는 출근하던 중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머리, 허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 오 씨는 병원의 진단을 받은 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냈다.
그는 “사업주가 지정한 숙소에서 출·퇴근을 했고 자전거가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으므로 자전거 출근 과정은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월 “오 씨가 당한 사고는 업무상 사고가 아니다”라며 오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오 씨는 “자전거로 출근한 것은 업무와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 사건 소송을 냈다.

자전거 출근중 교통사고. 사진=자전거 출근중 교통사고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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